소제 때에 [해우]공주가 글을 올려 아뢰기를 “흉노가 기병을 파견하여 거사에서 경작을 하며, 거사는 흉노와 하나가 되어 함께 오손을 공격하려 하니, 오직 천자만이 이를 구원해 주실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한나라는 군마[士馬]^{주 001}

각주 001)

士馬 : 이는 “漢軍의 士馬가 죽은 것이 十餘萬匹”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士卒과 馬匹이 아니라 전투용 馬匹을 의미한다(Hulsewe(1979 : 150) 참조).

를 양성하여 흉노를 공격하자고 논의하였다. 마침 소제가 붕어하고 선제가 처음 즉위하니, 공주와 곤미가 모두 사신을 보내서 글을 올려 아뢰기를 “흉노가 다시 계속해서 대군을 보내어 오손을 침공하며, 거연(車延)·악사(惡師) ^{주 002}

각주 002)

車延(kiwo-iӓn)․惡師(âk-si) : 이 두 지명은 『漢書』 「常惠傳」과 「匈奴傳上」에도 보이기는 하지만 모두 같은 문맥에서 언급되어 있을 뿐, 그 위치를 짐작케 하는 다른 힌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고증은 불가능하다. 다만 일찍이 de Groot(1921 : 192f)는 음성상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車延을 Kucha로, 惡師를 Aqsu로 비정한 바 있다.

등의 땅을 취하고 주민들을 거두어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사신을 보내어 오손은 신속하게 공주를 데리고 오라고 말하고, 한나라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곤미는 나라의 정예병 가운데 절반을 파견할 생각이 있고, 병사와 마필 5만 기를 스스로 갖추어 힘을 다하여 흉노를 공격하려고 합니다. 천자께서 출병을 명령하여 공주와 곤미를 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주 003}

각주 003)

『漢書』 卷70 「常惠傳」에 이와 동일한 구절이 보이는데, 이에 따르면 宣帝 연간인 本始 2년(전71) 조정은 常惠를 오손에 사신으로 파견했고, 이에 대응하여 공주와 곤미가 각각 조정에 사신을 보내어 上書를 올렸는데, 이에 대해서 常惠가 파병의 필요성을 요청하면서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한나라는 15만 명의 기병을 크게 진발시켜, 다섯 명의 장군이 길을 나누어 모두 출정하였으니, 그 이야기는 「흉노전」에 나와 있다. 교위 상혜(常惠) ^{주 004}

각주 004)

常惠 : 太原人이며 生卒年은 不明. 漢武帝․昭帝․宣帝 3대에 걸쳐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일찍이 무제의 명을 받아 大使인 蘇武를 따라 副使의 자격으로 흉노에 갔다가 구금되는 일을 당했다. ‘蘇武帛書’라는 일화로도 유명한 이들의 감금사태는 19 년만에, 즉 武帝 死後에야 비로소 끝나 무사히 조정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는 昭帝의 신임을 받아 光祿大夫에 봉해졌으며 흉노 문제에 대한 자문에 응했다. 宣帝가 즉위한 뒤 그를 校尉로 임명하여 烏孫으로 파견하고 동맹을 통해서 흉노에 대한 연합전선을 도모하였다. 그 결과 한은 흉노를 격파할 수 있었고, 그 공으로 常惠는 長羅侯에 봉해졌다. 長羅는 陳留郡(그 治所는 현재 開封 東南)에 속했던 地名이다. 蘇武가 사망한 뒤 그를 대신하여 典屬國의 직책에 임하면서 외교업무를 담당하였으며, 甘露年間(전53~전50)에는 右將軍으로 발탁되었다.

로 하여금 절(節)을 갖고 오손의 군대를 호위하라고 파견하였으며, 곤미는 흡후 이하 5만 명의 기병을 스스로 지휘하여 서쪽에서 진입하여 우록리왕(右谷蠡王)^{주 005}

각주 005)

右谷蠡王 : 「大宛列傳」의 前註 참조. 左右賢王․左右谷蠡王은 흉노 강역의 東西 양쪽에 배치되어 지배했으며 ‘四角’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의 왕정에 이르렀다. 선우의 아버지 항렬의 사람들[父行], 계수들[嫂], 거차(居次)^{주 006}

각주 006)

居次(kiwo-ts’i) : 흉노 귀족들의 부인을 가리키는 호칭. 『漢書』 「匈奴傳下」에는 “王昭君의 큰딸이 須卜居次가 되고 작은 딸이 當于居次가 되었다.”는 구절이 보이는데, 이에 대해 李奇는 “居次는 여자의 칭호이며, 漢言으로 말하자면 公主이다.”라는 주석을 달았다. 居次는 투르크어에서 ‘딸’을 뜻하는 ‘크즈’(qïz)에 해당되는 단어로 보인다.

, 이름난 왕들[名王], 이우도위(犂汙都尉), 천장(千長), 기장(騎將)을 위시하여 4만 명과, 말·소·양·노새·낙타 등 70여만 마리를 포획하였는데, 오손은 노획물을 모두 자기들이 취하였다. [한나라 군사가] 귀환하니 상혜를 장라후(長羅侯)로 봉하였다. 이해는 본시(本始) 3년(전71)이었다. 한나라는 상혜에게 금과 비단을 갖고 가서 오손의 귀족과 유공자들에게 하사하도록 하였다.^{주 007}

각주 007)

흉노에 대한 漢․烏孫의 합동공격에 관한 이 기사와 유사한 내용이 『漢書』 「常惠傳」과 「景武昭宣元成功臣表」 등에도 보이며, 포획한 적군(39,000명)과 가축의 숫자(馬牛驢嬴橐佗 5만 두, 羊 60여만 두) 등 보다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