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이 이미 [한나라에] 항복하고 공물을 헌납했는데, 이 소식을 흉노가 듣고 군대를 내어 그를 공격하였다. 이에 누란은 한 아들은 흉노에 인질로 보내고 한 아들은 한나라에 인질로 보냈다.^{주 001}

각주 001)

여기서 姑師王이 아들을 人質로 보냈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姑師 주민들은 趙破奴의 정벌 이후 보그다(Bogda, 博格達)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가서 匈奴에 투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후에 이사장군이 대완을 공격할 때 흉노가 그를 가로막으려 했으나 이사장군의 군대가 많아서 감히 맞서지 못했다. 그래서 기병을 보냈는데 이는 누란의 도움을 받아서, 한나라 사신의 후미가 지나갈 때 그것을 차단하여 [본대와] 서로 통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었다. 그때 한나라의 군정(軍正)인 임문(任文) ^{주 002}

각주 002)

任文 : 이 인물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漢書』 「匈奴傳」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인다. 太初 3년(전102) 초에 흉노가 “右賢王을 시켜 酒泉과 張掖으로 들어가게 하여 수천 명을 노략했는데, 任文이 구원차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은 빼앗았던 것을 모두 잃어버리고 돌아갔다. 貳師將軍의 군대가 大宛을 격파하고 그 왕을 참수하여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單于는 그를 막으려고 했으나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군대를 지휘하여 옥문관에 주둔하며 이사장군을 위하여 후미를 방어했는데[後距],^{주 003}

각주 003)

後距 : 顔注 : “後距는 후방에 머물며 적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포로를 생포하여 [그를 심문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를 올렸다. [그랬더니] 황상은 임문에게 지시하여 병사들을 이끌고 편도(便道)로 가서 누란왕을 잡으라고 하였다. 그를 [붙잡아서] 데리고 궁궐로 가서 [죄상을 기록한] 문서를 들어 왕을 질책하자,^{주 004}

각주 004)

‘簿責’ : 顔注 : “文簿로써 일일이 견책한다는 뜻이다.”

그는 “소국이 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니, 양쪽으로 복속[兩屬]하지 않으면 스스로 평안을 누릴 수 없습니다. 원컨대 나라를 옮겨 한나라 땅에 들어와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 황상은 그의 말이 솔직하다고 여겨서 그 나라로 돌려보내고, 그로 하여금 흉노를 엿보도록 시켰다. 이후로 흉노는 누란을 깊이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