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아버리면 절대 안 된다”
“잊아버리면 절대 안 된다”
임정자
- 년도
- 나이
- 내용
- 1922년
- 경남 진주에서 출생
- 1926년
- (5세)
- 부산으로 이주
- 1938년
- (17세)
- 부산 인근지역에서 만주로 연행
8년 동안 대만, 홍콩, 해림, 대련, 상해, 하얼빈 등 여러 지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 - 1945년
- (24세)
- 해방 후 해림 부근에서 김○○와 반 년여 동안 동거
- 1946년
- (25세)
- 평양 피난소를 거쳐 부산에 도착, 충무에 정착
- 1958년
- (37세)
- 마산으로 이주
- 1996년
- (75세)
- 일본군 ‘위안부’ 등록
- 2004년
- (83세)
- 경남 마산에 거주
“좋은 음악만 나오면 춤이 나오고, 전에 그거 나오는 전축이 있었거든. 나, 나는 그게 낙이라. 친구들 오면 전축 틀어 놓고 춤 한 번쓱 치고 노래 부르다 놀다 가고 지금도 좋은 음악 나오면 가만-히 누워서 감상 안 하나.
“음악 좋아합니다. 노래도 슬픈 노래, 비극 긑은 거 좋아합니다. 희극은 안 좋아합니다. 테레비 연속극 비극 긑은 거 나오면 얼매나 좋아한다꼬. 메느리 나와 갖고 시어머니 서러움 받는 거, 결혼해 가지고 살다가 시가 가서 압제 받고 버림 받아 쫓겨나는 그런 것도 좋고, 와 그리 비극이 마음에 들대.
“나가 외로와 그라는가 꽃도 그리 좋아하거든 … 꽃도 좋아하고.
“내가 우짜다 이리 늙었는가 싶으다. 나이 많아도 마음은 젊은 마음이지. 내 몸이 인제 말로 안 들어. 나[이] 먹고는 몬 이기는 기라. (한숨을 쉬며) 아이고-.
“이래 마음이 서글프네예. 작년꺼지는 안 그렇더만은 올해는 그리 서글픈 마음이 많이 듭니다. … 마음이 자꾸 슬플 때가 많애예. 누구 보고 하소연도 몬하고.
“내가 죽으면 몽달구신 될 끼다. 결혼을 해 봤나 뭐 했노, 내가 처녀로서 팔십한 살 묵도록 늙었은께네. 내가 한이 많습니다. 내가 이 얘기할라 카면 (울먹이며) 눈물이 날라 케서 안했다. 누구 보고 얘기할끼요.
샘
그 한 동을 맨들어 갖고 물 일라고 딱 폼 잡는데.
“졸업도 못했어요. 소학교 사학년 다니다가 중퇴했다 아이가. 생활이 고달프다 보니까 묵고 살기 위해서. 그래 내가 학교 졸업도 못하고 [고무신] 공장에 들어가서 취직을 했제.
“열여섯 무서 취직하고 한 일 년 다닜거든. 일 년 다니고 … 공장 안 나가고 어머니 도와드릴 끼라고 [집으로] 드갔지. 밥은 안 해 묵어도 물 긑은 거 질어다 주고 집안 청소나 하고 그랬지.
“내가 열일곱 살 무서 꺼끼(끌려) 갔어. 열일곱 살[이면] 애 아입니까? 한참 할무이들[한테] 어린냥 할 땐데 그때 그기 뭘 압니까? 천진난만하이 너무 어리숙했고- 뭘 몰랐어요.
“그때는 수도가 없었고 샘에 물 질러다 묵거든. 충무
주 069
에 그 샘 우에 천주교절(성당)이 있었어요. 바로 그 밑에 (두 팔을 벌리면서) 이만한 샘이 있었어요. 그는 공동샘인가 동네사람들이 전체 그서 물을 질어다 묵대. 물도 많이 안 나오고 쪼껜쪼껜씩 흘러내리는 기라. 그래, 뚜루박을 까루면 한 빨씩 한 빨씩 올린다.
주 070
한 동 찌룰라 쿠면(채우려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요. 그 한 동을 맨들어 갖고 물 일라고 딱 폼 잡는데, 뭣이 와서 날로 (면접자의 다리를 치면서) 떡- 이라는 기라. 등드리를 두드리대. 휙 뒤를 돌아본께 군인이라.
“일본군인이더라. 군인이 여 [어깨에] 별 달고, 칼 차고 모자 씨고.
“그래 내가 ‘누구세요?’ 이란께네, ‘아가씨, 나 좀 봅시다’ 이래. 그때 옆에 사람은 한국 사람이대. ‘왜 그라는데요?’ 이란께, ‘아가씨들 한국에서 고상하지 말고 좋은 데 취직시키 줄 낀께네 우리 따라가자’ 이기라.
“좋은 데 취직시키 줄꾸마 카드라. 아가씨들한테 해롭게 안 합니더. 우리가 공장을, 큰 공장을 채맀는데 사람 몇 사람을 더 구해야 된다 쿰서로.
“옷 맨드는 공장이라 쿠대. 그 뭐 [어떤] 일하는 거[까지] 옳게 가르켜 주나 오데. 그래, 내 [옷] 맨들 줄 모르는데 쿠니까 가서 배우면 된다 이기라. 첫 먼제(첫 번째)는 모른께네 갈켜 주는 사람 있다 이기라.
“‘안 됩니다. 나는 샘에 물 질러 와 가지고 이거 부모님 말씀도 없이 갈 수 없습니다’ 칸께, 마 무조건 추럭에 올리는 기라, 추럭에. 내 뭐 힘이 있나, 추럭에 올맀지.
“‘아이고,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우리어머이한테 말 없이 가면은 맞아 죽습니다.’ 겁을 내 가지고 막 울고 이란께네, 울어도 마 말 안 들어줘.
“강제로 두 놈이서 붙잡고 가는데 어쩔 도리가 없어요. 어머이한테 말하고 온다고 해도 안 된다 이기야. 가서 편지를 하면 된다고 이라는데 우짜끼요. 내가 뭐 남자한테 이길 수 있나. … 운전해서 실- 가삐는데. 꺼끼 가는 기지 뭐.
“그래, 꺼끼 가는데 부산까지 갔다. … 저 부산 가서 또 딴 여자들로 둘이 데리고 오대. 한 사람은 경주 처녀고, 한 사람은 저 고성
주 071
처녀라.
“부산 가서 자고 그 한날(다음날) 열차로 가대. 열차로 가는데 끝이 없는 기라.
“기차 안에서 … 요 양쪽에 남자 앉고 내 가운데 앉고. 행여 도망갈까 싶어서 그라는 모냥이지.
“자꾸 마음이 불안하고 그렇대. 이 사람들이 데려갈 때 나한테 해꼬지하러 데려가는가 이런 마음이 들고, 가기도 서뭇서뭇하고 막 기차에 뛰 내릴 마음도 있고 뛰 내리면 나 죽어삔다 아이가. 죽으면 우짜끼고, 옴마 아버지도 못 보고. 튀 나올라 하면 도주할 데가 오데 있노 기차 안인데. 아이유-.
“오데꺼지 가느냐 쿤께, 자꾸자꾸 데리고 가는데 만주꺼지 가삤어 고마.
“열차를 타고 이틀 사흘로 가는데 다리가 통통 붓더라, 하루 종일 앉아 있으니까. 그때 마 아무것도 안 묵고, 점심도 안 묵고 배도 고프고 죽겄더라.
다대미방
요가 뭐 하는 데냐 물 손님 받는 데라 쿠대.
“열차를 타고 내리 갖고 첨은께네에 대만을 갔다. 대만이라 쿠대. … 대만이 만주 아이가.
주 072
“내 잡아간 사람 꼬라지도 안 보이고, … 고마 얄궂은 데 주 여삔다 이기라.
“한국인 아주머니가 일본사람이랑 통하는 갑더만은. 그 통해 갖고 그리됐던 갑다.
“요가 뭐 하는 데냐고 한께 그 있는 아가씨들이 ‘요 우찌 그리 잽히왔소?’ 그리 묻더라. 샘에 물 길러 가 가지고 왜놈들한테 붙잽히 왔다 쿤께네, ‘아이고- 우찌 하긋노. 애기 긑은 이 아가씨를 우찌 그리 데리고 갈 끼고. 아이고, 여기 몬 올 데 왔습니더’ 날로 보고 그래. 그래 요가 뭐 하는 데냐 물은께네 손님 받는 데라 쿠대. ‘손님 받는 게 뭐요?’ 일본군인들 오면 데꼬 누-자고 한다고 그리 쿠대. 아이고, 우짜긋노. 앉아 울었다. 울어도 소용있나? 울어서 목이 다 쉬고 기운도 없고. 어떻게 한국을 나갈꼬 싶으고 나갈 길도 모르고 어쩔 도리가 없어요. ‘요게 꺼끼 들어오면 못 나갑니다’ 그래, 아가씨들이. ‘우리도 붙들리 와 가지고 이리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 간께네 여자들이 두 명 있대. 또 같이 간 여자가 자야하고 모옉이
주 073
하고 내꺼지 서이, 너이, 그 집 여자가 다섯이네. 다섯이서 손님 접대를 하는 기라.
“집이 일본집처럼 생깄대. 현관이 있고 마루도 일본 마루 긑대. 다대미방이고 막 그렇대. 가운데는 정원이 있고 가운데 저거방(주인방) 앞에 큰 정원이 있고 못이 있고 붕어도 키우고 꽃도 키우고. 또 저쭉 마루 앞에 방이 세 개 조로록 있고, 요쪽 청에 조로록 방이 세 칸 있고 또 현관에 들어오는데 그 방이, 아가씨들 모두 앉아서 저녁으로는 화장하고 앉아있대.
“다대미방에 앉아 있은께네, 밤 된께 남자들이 놀러오는 갑더라. 놀러와 가지고 여자들을 이쁜 여자만 빼가 가는 기라. 이쁜 여자만 빼 갖고 ‘아노 온 나가 이이나’
주 074
쿠면 내 자는 방으로 덷고 가는 기라.
“요 들어가자 왼쪽편 세 번째, 세 번째지 내 방이. 다대미방이 한 요중하이
주 075
되것더라. 방이 사각방인데, 우리 저 방만 할까. 방에 아무것도 없고 이불 뿐이라. 소지품이라 하면 조그만한 찬장 하나 놔 놓고 그것 뿐이라. 일본놈들 상대하고 하룻밤 잠만 자는데 무슨 짐을 갖다 놔 놓것노. 우리 옷 겉은 거 소지품은 주인집 방에 놔 놓고, 그 자는 방에는 아무것도 안 놔 놓는 기라.
“손님들 오면 밤중꺼지 시간도 없이 접대를 해. 그라고 인자 파티 겉은 것이 있으모 송별연할 때, 나도 기모노 입고 인력거 타고 불려 안 가나. 그런 데[서] 초대가 많이 들어오더라 나한테. 와 다른 여자들은 안 하고 내만 자꾸 불러대는 기라.
“다른 여자들은 일본말 제대로 모르거든, 내는 일본말로 알고 한께네. 그때만 해도 얼굴이 괜찮았던 모양이지. 화장하고 다까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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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다 올리고, 큰 머리.
“그라면 내 마 뭐 ‘도조 오아가리 구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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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면서 술 부어 주고, 노래 부르라 쿠면 노래 한 곡쓱 불러 주고. 일본 오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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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쿠면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오케이샤- 돈나리--’ 그 다 불러 주고. 나 노래 잘 했거든, 일본 노래. 그러니까 그게 저 마음에 들어 그랬는가 송별연만 열면 하야시 사다꼬
주 079
오라고 연락이 온다고. 내 본명이 하야시 사다꼰데, 그게서 부르는 이름은 레짱, 레짱이라 불렀거든.
“[인력거를 타고] 내리면 일본사람들 뺑 둘러 안 앉았나. (꿇어 앉으며) 꿇어 앉아서 이리 절 안 하나. 이리 질로(버릇이) 들어 갖고 점도록 꿇어 앉아도 다리는 안 아파요. 내 맨날 이리 꿇어 앉는 질이 들어 갖고예, 지금도 만날 꿇어 앉습니다. 무릎팍에 멍이 다 들었다 인자.
“술 묵고 나서 또 내[한테] 마음이 있으면 우리집에 와서 진 밤을 안 자나. 진 밤 자면 또 화대 받거든. 화대 받아 갖고 오데 가[지고] 가냐면 주인방에 갖다 안 주나. 진 밤 받았다 카면 아무리 딴 사람이 와서 시간빼기로 놀다 갈라케도 못 나가는 기라. 하룻밤 잘 때까지 그 방에서 있어야 되는 기라. 소변하러 갈 때나 대변하러 갈 때나 나가지, 못 나가는 기라. 저거 기분 맞춰 준다고. 그런께 그 집에서도 내가 손님을 끌고 인기가 있고 잘 하니까 딴 데로 안 보낼라고 안 하나, 우리 주인이.
“안 보낼라고 하지만은 자꾸 날로 딴 데로 덷고 오라고 연락이 오는데 안 보낼 수가 없는 기라.
“‘하야시 사다코는 저 딴 데, 딴 나라로 가야 된다’ 쿠대. 같이 간 여자는 안 데리고 가는데 내만 데리고 가대, 내만 데리고 가.
“딴 데서 자꾸 오라고 연락이 오대. 똑- 가면 주인집에 돈을 안 주나. 그 여자 보내라고. 화대비를 안 주나. 나는 안 가면 안 되는 기라. 나는 주인 명령에 사니께네. 좋아도 가고 궂어도 가고 저거 하라 쿠는 대로 안 하나. 내 몸 가[지고] 내 맘대로 몬 한다 아이가. 매인 몸이 돼서 내 꺼끼간 죄로서.
‘기브스’
저거 기분 안 맞춰 줘 봐라. 여자를 두들겨 패고 그란다 아이가.
“중국사람도 살고 애놈(왜놈)들 부대도 있고, 부대가 여러 군데 있대.
“그 드간께 아가씨들 많이 있더라. 그래 가는 날 저녁에 내 방을 이층을 주대, 침대방이대.
“그서 누- 자고 주인집에서 밥 해 주는 거 묵고, 아침에 일나면 점도록 손님 접대하는 기라. 아침에서 저녁까지 새벽까지 계속하는 기라. 중국인들도 오는 기라, 군조꾸(군속)라. 군조꾸들이 와 가지고 시간빼기로 하고 가는 기라. 파딱파딱하고 가는 기라. 그래 인자, 돈을 주면 돈을 받아 주인한테 갖다 주면 포(군표)를 내주대.
“인자 몇 호실 몇 호실에 아가씨가 돈을 얼마치 받아 왔다 쿠면 포를 받고. 그래 딱딱 모아 놨다 아이가. 포를 딱딱 모아 놔도 나는 돈을 한 푼도 안 주는 기라. 주인이 다 묵는 기라.
“목욕 갈 때나 조께 주고 외출 갈 때 뭐 산다 쿠면 조께 주고 그 뿐이라. 돈도 못 버는 기라, 못 벌이요.
“에이고- 우째 무작한 짓을 해서 돈을 다 모을꼬. 그 돈이 다 악으로 나간다. 넘의 살로 판 돈이 뭐이 좋을 것고. 그 할망, 그 여자 죽었을 끼다. 그때- 그 여자가- 사십 살 됐었는데 죽었지 뭐 살았나. 뒤졌을 끼다.
“일본군인들 무자낍니다(무지막지합니다), 무자끼. 여자들 생각합니까 오데? 저거 기분만 만족하면 그걸로써 그만인데. 저 기분 안 맞춰 줘 봐라. 여자를 두들겨 패고 때리고 그란다 아이가. 또 술 처묵고 오는 거는 자는 여자를 던지 삘고. 그런 것 보면 일본사람들 악질이라. 독해, 그 보면. 내 그리 이팔 병신 안됐습니까. (오른쪽 팔을 좌우로 돌리며) 이 팔 요리요리 돌리면 아파.
“침대[에] 딱 이리 누 자는데, 어띠 피곤한지 잠이 들었는지 모르는 기라, 누가 들어와도. 문도 안 잠구고 자는데 [일본장교가] 딱 날로 멕살로 잡아서, 이층이거든. 밑에다 던지삤어.
“탁 던지삤는데 내가 케오 돼 갖고 팔로 다 빼가 뿌러졌어요.
“아이고, 아파라, 아파라. 이래 [어깨를] 쥐고 내려와서 ‘어머이,
주 082
일본군인이 날로 이층서 던지서 아파 죽겄다’ 쿤께 어머이 나오더만은 뭐라 쿠대. ‘내 부대에 연락해서 니 잡아 여라 쿠끼다’ 쿤께, [장교가] 겁을 내 가지고 [부대로] 갔다. 그 뒷날 또 술에 취해 와 가지고 ‘아, 다까사코노 이에 온나 오데오니뽄지기다까나?’이라고 들어오는 기라. 일본말로, 이 집에 여자가 내가 던지서 팔이 부러졌담서. 그래, 옴마가 튀- 나와서 어서 우리 아 팔 곤치라고 삼서(하면서) 우짜겠노 말이지. 그래, 병원에 덷고 가라 카면서 돈을 주더라 카드라.
“여름인데 (오른쪽 어깨를 가리키며) 여까지 기브스를 해 논께, 한달 보름 만에 기브스한 거를 뜯어낸께네 숭시러버서 몬 보것더라. 아이고- 땀띠가 나가지고예 헐어서 엉망이고 머리도 빗기 주고 밥도 떠믹이 주야 묵고 아무것도 몬해요. 방에서 꼼짝없이 이래가 앉아 있는 기라. 손님 접대도 못하고 오로지 앉아서 얼마나 고생이 심한지. 내 혼자 주인방에 누워 가지고 밥 한 숟가락 갖다 주면, 그것도 떠믹이 줘야- 떠믹이 주는 밥 배도 안 부르더라. 그때 한참 묵을 때 아이가. 배도 많이 곯고.
“지금도 일나면 이 팔이 아픕니다. 어제도 [병원] 원장[이] [나]보고 대기 (매우) 피곤한 데가 어디냐 쿤께, ‘이 팔입니다’[그랬다]. 그런 말
주 083
할 수 있나. 내가 넘어져 갖고 다칬다 그랬지. 그래 약을 주고 주사를 맞고 진정이 되긴 됐는데 이라다가 며칠 있으면 또 아픕니다.
“보이소, (오른쪽 어깨를 보이며) 요 빼가 안 다릅니까? 옷이 자꾸 이리 내리간다. 그래서 내가 골벵이, 벵신이 다 됐어요. 이 누가 알긋노.
“참-- 하느님 아버지가 나를 돌봤어. 살은 게 기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또 후리모
내 사지가 다 째지 갖고 말로 몬하요. 열일곱 살 얼라 아이가.
“그리 어린 것을 그란께 째지는 건 사실 아니요. 606호도 맞고 그리했다, 병원에 가서. 그때는 그 중국 병원인갑더라. 그 가서 치료를 받았어.
“병은 걸리는 거 없어요. 항상 건강해요. 일주일에 한 번쓱 그 검사를 하는 데, 병이 있나 없나. 그 참 부끄럽더라. 그 남자가 검사를 하는데 딱 누서 기계를 넣어 가지고 벌리보고 그라대. 뭐 바이도쿠, 매독이 있는가 그거 볼라꼬. 그 군인들 병 옮아 놓으면, 뭇 사람 상대를 하니까 병이 걸릴까 싶어서 검사를 하거든예, 군인들 땜에. 첫 먼저 그 열일곱 살 무 가 가지고 남자 상대를 하는데 사지가 피가 나고 째지 가지고. 요또 후리모
주 084
바르고 그거 바르면 잘 낫아요. 606호도 많이 맞았고 병 안 걸릴라꼬. 그래 약 발라 가지고 아파도 또 상대를 해야되니 죽어나는 기라. 마 아픈 기라. 에이고 에이고 기가 찬다.
“일본군인들 병 오를까 싶어서 염려를 많이 한다.
“샷쿠(콘돔) 그거를 사용하는 기라. 그거 끼워 주면 아무 말도 안 하는 남자가 있고, 아- 싫다 쿠는 사람도 있다. 싫다 쿠면 그거 또 안 끼우고 상대를 하고 그리 안 하나.
“그거 끼우면 여자한테는 수월태, 새지를 않으니까. 그 호르몬 긑은 것이 딱 빠져나오니까 빼 가지고 딱 마 화장실에, 휴지통에 버리면 되지. 여자한테는 깨끗하는 기라, 빙도 안 오르고. 주로 남자한테 빙이 오르는 모양이라. 여자한테는 안 오르고. 그래가 뭐 매독도 걸리고 음질(임질)도 걸리고 그렇지. 나는 뭐 오면 매번 끼아야 된다고 안 끼우면 당신 병 오른다고. (긴 한숨을 쉬며) 에휴- 에이고 그 묻지 마라 인자 마. 괴롭다. 쯧- 말해봤자 그 말이 그 말이지.
“임신한 여자는 내 못 봤다. 그리 되면 임신한 여자들 있을 거야. 나는 그리 당해도 임신 같은 거는 안되더라. 이상하다. 너무 남자 접촉이 심해서 그렇는가.
“뭐 임신했더라도 [아기를] 살짝 버맀삐면 오데 아나. 이 개월 삼 개월만에 그랜 사람은 떠루는 사람도 있고. 이 개월 삼 개월만에 병원에 가서 주사 맞으면 아 떨어지는 갑대. 그때는 뭐 생길라 카는 핏덩어리 아이가. 너무 들어차면 또 안 되고, 한 삼 개월, 사 개월 되면 주사를 낳아 갖고 떠루는 거는 봐도 놓는 거는 없다. 그서 낳아가 어찌 될 것고. 그 애기 놓으면 어찌 되노.
“아이고, 저리 되면 자슥을 생기는 거로 낳아가 키아야 되는데 입장이, 그런 입장이 돼 논께 놓지도 못하고 손님도 못 받은께네 죄를 많이 짓지 그란께. 그 새끼 낳아 봐야 어느 애비 자식인지 아나, 여러 사람을 상대를 한께네. 누가 아버진지 분간할 수 있습니꺼?
죄인 취급
마 죄인이나 한 가지지. 죄인도 그렇게는 안 할 끼다.
“팔 년을 있어도 한 군데만 안 있었소.
주 085
자꾸 이리 덷고 다니고 저리 덷고 다니고 그라대요.
“그래 당해 가지고 딴 데를 또 데려가대. 죄인매로 꺼끼 대니는 기라.
“해름에서 어딜 또 일본군인들이 데리고 가는데 그 천막을 쳐 놨대.
“천막을 쭈욱 쳐 놓고, 천막이 하여간 길더라. 한 오 메다 더 넘겄더라.
“천막을 쳐 놨는데 칸칸이 칸칸이 침대가 있어요. 한 칸 한 칸, 한 사람 잘 거 다 여 놨어. 침대가 한 열 갠가 놔 졌더라. 그래 그 안에 드가라 쿠대. 그래, 드갔다 인자. 안 드가면 맞아 죽을 낀데 우짤 것고, 겁이 나서. 드간께네 그서 저녁을 묵고 앉았은께네 화장하라 쿠는 기라. 화장하고 앉아 있은께네 왜놈들이 총칼로 차고 착착 들어오대. 여자들이 열 명 앉았은께네 ‘아노 온 나가 이이나’ 쿠면서 탁 덷고 드가. 침대로 가는 기라. 가면 저거 하자는 대로 말로 들어야 된다. 그리 안 그라면 죽을까 싶어서 겁이 나 갖고, 그때만 해도 암퇴 가지고 너무 어졌어요 내가. 저거 하자 쿠는 대로 내 몸을 다 육체매로 이용할 대로 다 하고 그리 간다.
“지 말 안 들으면 [손이] 탁 올라가고 탁 올라가고, 두드리 패 놓고 나가삔다꼬. 두드리 패면 마 [내가] 이로 가 끅끅 물어 씹는다. 이놈의 다리를 물어 뜯고 그라면 ‘아, 이따이(아프다) 이따이’ 이 지랄한다. 그라면 딱 [손이] 또 올라오고. 힘이 있나? [그래서] 이빨로 물어뜯는다. 그런께 내 [지금] 이빨로 쓰도 몬 하는 모냥이라. 나도 나이 들면(드니까) 그런 용기가 들대, 고마. 오래 있고 한께네.
“밤낮으로 눈만 뜨면 군인들 상대지. 밖에 나가도 못하는데. 멫 년 동안을 그리 곤혹을 당하고 살았는데 오데고 갈 낍니까. 마 죄인이나 한 가지지. 죄인도 그렇게는 안 할 끼다.
“부모가 보고 싶어 걱정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고, 못 묵는 술로 빼갈도 다 무 보고. 빼갈 얼마나 독하노? 빼갈 그 한 잔을 무면 어찌 그리 눈물이 많이 날꼬, 고향 생각도 많이 나고. 넘 몰래 화장실 가가 다 울어 보고 뒷모퉁이 가 다 울어 보고. 참- 내가 우짜다가 그리 걸리가 고상하는가 싶으고. 내만치 고상한 사람은 없을 끼다.
“오데 도망을 가고 싶어도 갈 데도 없고 도망 갈 길도 모르긋고, 만주꺼지 해름꺼지 꺼끼 왔는데 우찌 알고 빠져 나갈 끼고. 참- 막막하대예.
“내가 너무 몸이 피곤하고. 그 짓을 어찌 하요. 하룻밤도 아이고 매일매일 그 짓인데 낮이나 밤이나. 기계도 자꾸 지름을 쳐야 되는데 지름을 안 치고 자꾸 써 재치니 그 고장 안 날 것가.
“하루 십 명을 상대를 하는데 몸이 배기나겄어요? (면접자를 가리키며)
아가씨 긑으면 죽는다. 난 그만치 몸이, 기대(기운)가 좋았다꼬. 산에 마 뛰어올라갔다 내리갔다 해도 피곤한지 모르는데 뭐. 나 뛰기운동을 하면 아무도 몬 잡소. 이제 골벵이 들어서 안 되는 기라. 내 담배그릇 오데 있노. 한 대 피웁시다.
“주여--.
“내가 이제 고마 홧병이 나는갑습니다. 마음이 안 편한께네. 담배를 끊었다 새로 푸요. 담배가 내한테 안 좋아예. 기관지가 안 좋거든예.
“내 몸이 정상이 아인데 담배 피아가 되긋나? 화가 난께 고마 담배를 피고 피고, 담배가 늘어 갖고 이리 몬 끊는다 아이가.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담배 피지 마세요’ 하지만, 말은 쉽게 하지만 나는 한이 내 안에 씌이 가 있는데 오데 풀 데가 있습니까.
하데나까 주따이조
지금도 그리 생각이 난다, 그 사람.
“그리하다가 인자 장교들이, 일본장교들이 그 부대가 그서 한 십 리나 되거든요. 부대가 있어요. 밤이 되면 나오는 기라. 내한테 오는 사람은 하데나까 주따이조라. 젊은 사람, 스물네 살 뭇써요.
“하데나까 주따이조가 몸을 그리 많이 생각해주대. 마, 오랫만에 전장터에 있으면 여자 생각도 안 나긋나? 그것도 없어요. 날로 그만큼 생각을 해 준다. 다 저거 가정집에 동상들이 있고, 이모또(여동생) 생각이 난다꼬. 우짜다가 레이꼬상이 이리됐냐 쿠고 오면 눈물을 흘리고 그라대. 그래 같이 울면 ‘사다꼬, 나꾸나요(울지마). 나꾸나요.’ 지도 울고 나도 울고. 날로 얼라. 이 이쁘게 해 주고 사랑 많이 받았어요.
“[나를] 그리 재울라 애를 씨대. ‘내무리나사이오. 하이, 사다꼬. 내무리나사이오.’
주 086
고생 많이 했다 쿰스로 날로 애기매로 재우는 기라. 딱- 내가 새북에 누 자면 살째기 일나 가지고 베구(베개)로 우에 본께, 재떨이 밑에 본께 뭣이 있대. 뭣인고 본께 돈을 딱 넣어 놓고 갔더라. 화대비인 모냥이라. 그 놔 놓고 가는 기라. 화대비를 내놔야 내가 주인을 갖다 줄 거 아이가. 내 방에 잤신께네.
“그란께 정이 더 들고, 그자? 내 몸을 애끼 주고, 생각해 주고. 한국에[서] 와서 욕 본다 쿠고, 우찌 이런 데 끌맀느냐 쿠고 그리샀더라. 가와이소다, 불쌍타 이기라. 꼬옥 일주일마다 한 번쓱 그리 오대.
“그래가 인자 한가할 때 편지가 오는 기라. 레이꼬상, 몸이 많이 고달프지, 불쌍한 여자다 이라면서 이런 데 꺼끼가 와 가지고 곤혹을 당하느냐 삼서 한국땅에 무슨 땅에 살았느냐 묻고. 그 편지 받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 가지고 한 일 년쯤 넘은께 부대에서 아- 하다나까 주따이조가 전사했다 쿠대. 내가 앉아 울었다. 그래 주인 아주머니가(한테) 그 면회 갈 수 없느냐, 하다나까 주따이조 마지막 가는 길에 가볼 수 없나 이런께, 부대 안에 몬 드간다 쿠대.
“하-- 하데나까 주따이조를 내 오데 가서 보겠노. 먼 발치에나마 서서 기도나 해 주라 이기라.
“그래, 못 가봤다. (눈물이 글썽이면서) 먼 발길에서 저어- 나가는 것만 봤지. 안됐더라. 일본 동경서 온 사람이라 하다나까 주따이조가 … 이름도 안 잊아 뿌고 계급도 안 잊아 뿠는데.
“다-- 죽어서 썩었을 끼다.
“지금도 그리 생각이 난다, 그 사람.
만남, 그리고 헤어짐
한 오 개월을 살았는갑다. 참 재미나게 살았어요.
“내 누- 자는데 총소리가 똥똥똥똥 나대. 일나본께 뭐 아무도 없고, 주인 여자 혼자 있대. ‘옴마, 다 오데 갔노?’ 한께, ‘전부 다 피난갔다. 니 와 그리 어적거리노?’ 내가 좀 꾸물대거든. ‘옴마 오데로 가야 되노?’ 한께, ‘할 수 없다. 저 해름 쪽으로 나가야 된다.’ 그리 나가면 우짠다고. 우찌 살꼬.
“피난해[서] 일본놈들[한테] 쫓기가 해름으로 온께네, [그 동네 아주머니가] 좋은 데 재혼(결혼)해라, 재혼해 살면 일본놈들 다신 안 온다 이기라. [아주머니 소개로] 재혼을 해 본께네, 그 사람도 조선존(조선사람)데 조껜할 때 일곱 살 무서 중국땅 왔다 쿠대. 이름이 김○○이라.
주 087
남자가 착하고 참 좋대예. 전장만 아니라도 그 남자[하고] 중국[에서] 살았을란지 모른다, 중국사람 돼 가지고.
“그래 고서 한 오 개월을 살았는갑다. 참 재미나게 살았어요. 그때는 말만해도 잘 웃고, 나이 젊어 놓으니까, 방구만 끼도 턱 웃고. ‘왜 자꾸 웃어요?’ 날로 [보고] 이리샀고. 우찌 그리 우습는고. [그 사람이 나보고] ‘많이 웃으세요. 젊은 땐 웃음이 많이 난다’ 그리샀고.
“그러다 한참 있다가 [김○○이] 군대에 잽히갔어, 839부대 잽히갔어. 839부대[에] 옆집 아주머니하고 찾아간께 그 안 들어왔다 안 쿠나. 안 가르키주대. 죽었는지 살았는지 오데 알아볼 길이 있나? 그리 보고 싶다 내가. 남자 잘 생깄어요, 얼굴 넓-적하이. 아이고- 들어오면 ‘여보’이라고 들어오고.
“그래 혼자서 뭐 그 사람 집에 돈이 안 있나. 그거 갖고 혼자서 [밥을] 낋이 묵고 있은께 저 우에 [동네 사는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대. 맘씨 좋은 아주머니 예언니(의언니) 삼았는데, ‘동생아 울집에 온나. 오늘 찰밥 해서 같이 묵고 놀고로. 우리 영감쟁이 나가고 없다’ 그라샀대. 그래, 그리 안 갔나. 그 놀러 가 가지고 전쟁이 터져 가지고 집에 몬 들어와 보고, 바로 그 집에서 튀나가 산을 타고 그래 피난소에 내려갔어요.
“총소리 나고 직일라 쿠고 난리대. 그라고 피난을 안 갔나 고마, 그 언니하고 나하고 둘이서. 어데라꼬 뛰간다꼬 간 기 시-커먼 논이 나오는데 얄궂은 신을 신고 가 논께 신이 뻘 구디(구덩이)에 되기 빠져 가지고 어찌할 수가 있습니까. 맨발로 뛰갔다 아이가. 산을 올라가는데 가시덩굴에 발도 찔리고 피가 나고. 아이고- 참 멘스는 나와샀제- 아래 찰 거는 없제 옷은 그대로 입고 나왔제. 마 여기 요가(사타구니쪽) 씻기인께(헐어버리니까) 막 아프고 그렇더라. 물이 묵고 싶으면 산에 물 졸졸졸 내려오는데 손으로 받아 묵고, 어떤 아주머니는 막 아를 목을 쫄라 죽이고, 저거 살라꼬. 아 우는 소리 들으면 막 저 저 839부대에서 알고 잽히 안 가나. 아 우는 소리가 얼마나 밤중에 요란하게 듣기노. 그래 갖고 산에서 근 한 달로 저리 숨고, 이리 숨고 말도 못 합니다. … 목욕도 하고 싶고 갑갑해 죽고 싶고.
“얼굴이 지금보다 몬해. 씻을 데나 있나? 총 안 맞을 끼라고. 에이고 무시라 무시라. 내 중국땅이라 쿠면 진절미가 난다. … 나 고생 마이 했습니다.
“막 총소리가 나고 그래서 피난을 오데로 갔느냐 하면, 그 해름 우에 그 무슨 동네다. 아따- 오래 돼 논께 나 잊아 뿠다. 그 동네 있은께 소련군이 내려오대, 러시아. 키가 크고 눈이 새파랗고 머리가 까맣고. 무서바서 이리 숨고 샀다. 그런 사람들은 여자 해롭게는 안 해. 안 해도, 아이- 나 무섭더라. 소련이 얼마 안되는 갑더만은 소련땅까지 피난 갔다, 갈 데가 없어 가지고.
“밤새도록 기침을 해 갖고 기관지도 안 좋고. 결국 기관지가 안 좋은 거는 저 만주서 피난 나올 때 그때 기관지가 걸렸어. 산에서 누 자는데 추버 갖고. 기관지가 걸린 지 오래 돼 논께 이제 잘 낫지가 않는다, 안 낫아. 이 큰일났어.
“그래 내려와 가지고 피양(평양) 피난소 내리오대. 그 빈대는 무신 그리 많애요, 여름이라.
“피난민들이 한- 오십 명 됐다, 여자 남자 할 것 엄씨. 피앙 피난소로 온께네, 강냉이를 받아 논 게 마 좀이 무었어. 맷돌 한 번 슬- 갈은 거를 갖고 양이 똑 (손가락 세 마디 만큼의 양을 표현하면서) 요만 밖에 안돼. 고 덩거리 주는데 한 덩거리 갖고 되나? 그거 묵고 점도록 배가 고파 똑- 죽겄더라. 에고 내 이러다 죽겄다, 우리 옴마도 못 보고 죽겄다아. 내가 죽어도 한국(고향) 가서 죽어야 될 낀데 이라다 어짜노. 피양 피난소를 근 석 달로 있었어요.
“그래가 인자 삼 개월 만에 한국(부산)으로 오게 되는데, 큰- 군함이 대어졌대. 우리 모두 그 배만 타면 부산으로 도착한다 이라 쿠대. 내가 뭘 아나? 그 사람들 가는 데만 따라갔지. … 배 안에 드간께 참- 크대, 식당도 있고 자는 데도 있고. 마 그 배를 타고 한 달로 오는 기라. 멫 달로 고생했노.
귀가
어머니한테는 얘기했어. 아버지한테는 그런 얘기 몬하것더라.
“내 열일곱 살이가?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스물두울, 스물서이, 스물너이, 칠 년 동안. 칠 년 됐네. 열일곱 살에 갔거든.
“본께 스물네 살에 왔네. 열일곱 살에 가 갖고. 딱 스물네 살이네.
“그래, 인자 부산을 도착해 가지고 큰집을 찾아갔어. 내가 뒷문을 뜩 들어가서 고마 얄궂은 남의 다 떨어진 운동화를 주[어]가 끌고 옷이나 있나. 그 산에서 저녁마다 이슬을 맞고 산 생활을 마 근 두 달을 했제. 똑 얻어먹는 그래이(거지) 한가지라. 그래 갖고 큰집에 떡 드간께 어떤 아주머니가 수돗가에서 뭘 씻거 샀대.
“‘미안하지만은 우리 큰어머니 계십니까?’ 난 이 집에 할머니가 우리 큰어머니 된다 쿤께,
“‘그래예?’ 그래, [며느리가] 일하다 뛰들어 간께,
“‘어머니, 어머니예, 얻어 먹는 아주머닌데 걸뱅인갑십니더. 어머니 찾십니더’ 이래.
“‘눈- 고?’ 큰어머니 쫓아나오더만은 딱 이리 보더만.
“‘가수내, 우리 정자 아이가. 아이고 가수내야 니가 걸뱅이가 됐네. 와 이리 됐노? 아이고이- 쯧쯧’ 큰어매는 내 왜놈한테 끌려갔는지 모르고. 그런 소리 부끄러버서 우찌 할 끼요.
“‘어머니, 아버지 엄마가 오데로 이사 갔습니까? 먼저 살던 집에 간께네 없던데.’
“‘아이고, 너거 아배 어매 충무로 이사 안 갔나. 그래, 내일 내가 편지를 해서 너거 아버지를 내려오게 하께.’ 그래 아버지가 내려왔대. [아버지가] 큰집에 와 가지고 … ‘아이고, 새끼야. 오데 가 가지고 그리 고생을 했노.’ 아버지가 놀래 가지고 큰집에서 울고불고 초상난 집 긑이.
“어머니한테는 얘기했어. 아버지한테는 그런 얘기 몬하것더라. 동생도 모르고 다 안 했습니다, 동생한테 우찌 얘기 하긋노.
“옴마한테 말로 한께 옴마가 어찌 그리 우는지 마, 밤새도록 울었샀더라. 눈이 이리 붓고. 에이고이- 그래 [이제는] 물 질르러 멀리 안 보내는 기라. ‘그 가지 말고 요 가까운 데 샘에 [길러가라].’
“우리 엄마도 내 땜에 골벵 들고. 자식이 샘에 물 길러 가 가지고 오데 연락할 길이 있나, 오데 알아볼 길이 없은께네. 어머이가 [내 없어지고 난 후부터] 골벵이 들어가 전에 살아계실 때 본께, 만날 가슴이 두근두근 뽈락뽈락 이리샀더라, 내 땜에레. 자슥이 눈에 넣어 안 아픈 자슥이 없다 카는데, 부모 마음이 안 그렇겠어요.
“그래가 충무에 들어간께 넘이 부끄럽더라. 그래 갑자기 [내가] 나타나논께네 모두 소문에 이자, 저 집 딸은 저기 임 주사가 낳은 딸이 아이다, 아들 하나하고 딸 하나밖에 없는데 갑자기 저런 큰 딸이 나타났다고 그런 소문이 듣기(들려). 그래 샘에 물 질러 갔는데, ‘당신, 임주사 딸이 아니지요?’ 그리샀고. [내가 엄마한테] ‘옴마, 샘에 물 질러 간께네 모두 옴마가 논 딸 아니라고 그라더라’ 그러쿤께네, 어느 년들이 그리 안 보고 쓸데없는 소리하느냐고, 그년 끌고 오라고, 그래 난리가 났대예, 에이고 참-.
미련
내 족두리도 몬 써봤다. 그기 한이 되는 기라.
“연애하다가 … 한국땅 와 가지고 연애결혼 해 가지고 살았지.
“그 사람이 일본 명치대학교 나온 사람인데 성이 홍가라고. 그 사람하고 내가 스물네 살 무서 만내 갖고 서른일곱 살꺼지 살았다.
“충무서 고마 우리집에 놀러오대. 동생
주 088
친군데, 자주 놀러오대. 그래다가 눈이 맞아 갖고 연애가 됐지.
“내가 두 살 더 먹었어요. 사랑은 국경이 없다 안 합니까?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내 몸을 그서 망치가 왔는데 옳은 결혼이 됩니까? 몬하지요. 내 양심에도 몬하지요. 몸을 전신에 베리가 왔는데 우찌 내가 새처녀라고 넘을 속이고 결혼을 하겠어요. … 내 족두리도 몬 써봤다. 그기 한이 되는 기라. 저 집 딸이 먼 데서 왔다 한께네 뭐 나쁜 짓을 하고 왔다고 이해를 해서 그렇는지 [남자 집에서] 나하고 결혼 못하라고 반대를 하고 그랬어. 그래, 내 몰래 선을 봐 가지고 오데 부산에다 장개를 들었던 모냥이라. 난중 본께 장개간다고 가마가 들어오고 그리샀대. 그리싸도 사랑은 한 군데 두 군데 없는 갑대예. 내 놔두고 결혼해도 그 여자한테는 안 가대예, 만날 우리집으로 오지. 그 여자 [하고] 결국 헤어졌다 아이가.
“우리 친정서 같이 살았지. 아버지도 좋다 쿠고, 사우를 좋다 쿠고 어머니도 좋다 쿠고 다 좋아했는데, 시가서 그리 반대를 하는 기라.
“그래 그 사람한테 아 하나 안 낳았나, 딸꺼정.
“그것도 내가 안 놓고 내가 받아가 키았다 아이가. 내 몸이 원카(워낙) 험하게, 보다시피 베리 논께 애를 못 낳았다 아이가. 자궁이 어찌 됐는 모양이지. 그런께 애를 못 놓고 있지.
“우리 작은방에 충무 있을 때 세를 놨는데 그 젊은 아가씨가 그 살았거든. 그 아가씨가 연애해 가지고 아를 낳았거든. 아를 배 가지고 우리 집에서 낳았다 아이가. 그래 아가씨가 아를 몬 키운다 아이가. 그래 낳아 가지고 날로 주대. 그래 딱 받아 가지고 내가 안 키았나.
“(생각에 잠기면서) 찍어 놓은 사진도 있는데. 딸아 이쁘다 아이가.
“그 낳아가 결국 죽었어. 돌 아래 병이 나가 돌 지나 죽었어. 이름이 현잔데, 그 애 딱 죽고 난께 둘이 딱 헤어지네. 그 애 보고 살았는 모양이라. 그 딸아 딱 죽고 난께네 남자가 무단히 나가 가지고 집에 안 들어오고 그라대.
“그때 그것만 살았어도 이리 애롭지는 않을 낀데.
“아무리 자신있게 살아도 ‘와 나는 애기를 못 낳았을꼬.’ 그만치 열여덟 살 무서 내 몸을 험하게 해 논께네 애를 몬 낳아. 내 그리 생각합니다.
“내 서른일곱 살 무서 우리 어머이하고 다 마산으로 이사를 왔거든.
“나는 마 내대로 마 요정에 아가씨들 빨래도 씻거 주고, 출퇴근하는 아가씨들 아 봐주고 돈 받고 이래가 내 생활을 해서 살았으예. 지(홍씨) 없어도 얼마든지 사는 기라.
“내가 한국에 나와 갖고 여관에 가서 빨래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이리 고생했제.
“나가 참- 마 생활력이 강합니다. 아이고 살 끼라고 오만 거 다 해 봤소.
“마산 어머이한테 오니까 이것도(홍씨) 따라 안 오나.
“그래, 마산집 찾아왔대. 찾아와가 쯧-.
“‘니 결혼한 여자한테 가라. 요 뭐하러 오노?’ 내 그라니까.
“‘에헤, 내가 마음이 있어서 결혼했나? 어른들한테 못 이기서 결혼했지. 그래도 내 마음은, 사랑은 니한테 다 있는데 난 니[랑] 떨어지고는 몬 산다’ 그라대. 죽으나 사나 내한테 붙어 있을라 쿠고 그라대.
“이미 결혼한 사람을 무슨 희망이 있을 끼라고, 내가 피해 댕깄지. 그래도 정은 있어요. 지금도 미련이 아직 남아있어.
“아이고이- 그 정은 몬 잊습니다. 지금도 보고 싶고 미련이 있어가 한 번 봤시면 싶으고 그렇습니다. 오데가 사는지 모르지, 요새는 연락도 없고.
“충무 살던 곳에 가면 연락 듣겠지. 내 충무 갈 일이 있습니까, 안 가는데. 인자 가늦까(다 늦어) 나[이] 들어 찾으면 뭐 합니까, 안 그래요? 지도 좋은 사람 만내서 살겠지 뭐. 그래도 뭐 처녀로서는 그기 첫사랑인데 그 사람이, 비록 내가 뭐 중국땅 갔다왔지만은.
한(恨)
잊아버리면 절대 [안 된다]. 내가 한이라도 풀고 죽었으면 좋긋다.
“늙은께 골벵이야, 골벵. 골벵이 딱 들었어.
“이리 당했으니까 내가 육신이 제대로 배기나겠어요. 나이 많으면 다 골벵아입니까. 이 다리가 고마 밤새도록 욱신욱신 아프는데. 젊을 땐 모르겠는데 나이 많으니까 다리가 쑤시고 팔도 아프고 죽것어요.
“나 지금도 길에서 왜놈들 일본말 하면 뒤에서 칼로가 목을 치으면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고상한 거 생각하면. 일본사람이라고 다 그럴까만은도, 마 원수 같이 생각합니다. … 일본사람한테 우리 동생도 총에 맞아 죽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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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리 육신을 당했제, 이란께 왜놈이 원숩니다.
“참말로, 내 깨끗한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태어난 이 육신을 가지고 왜놈들한테 몸을 바칬나 싶은가 그리 생각하모요, (길게 한숨쉬며) 하- 내 다리 내가 끊고 싶고 그런 마음이 다 듭니다. 그래도 모진 목숨에 몬 죽고, 빼족한 일도 없는데 이리 살아봐야 내가 뭐 하긋나 싶으고 … 지겹는 기라. 나이 들어간께네 자꾸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안 그렇더만.
“오늘도 내가 몸은 자꾸 아프제. 내 혼자 누서 테레비 키고 누웠다가 앉았다가 이리이리 하루하루 지냅니다. 누구한테 하소연 할 데도 없고. 옴마가 있어서 이런 얘기할 것가, 뭐 행제 간이 있어서 이런 얘기할 것가. 마, 동생
주 090
하나 있는 그것도 남잔데, 남자한테 우찌 얘기할 것고. … 오데 좋은 일이라서 넘보고 얘기할 것가. 내 혼자 고심 많이 합니다.
“듣고 가서 하소연을 해 주소.
“잊아버리면 절대 [안 된다]. 내가 한이라도 풀고 죽었으면 좋낐다.
“(눈물을 흘리며) 이런 얘기 내가 오데 가서 하면서 죽을꼬 말다. 완전히 내 혼자서 그런단 말다. 누가 있노?
“내가 나이가 좀 젊은 것 같으면, 한 오십만 한 육십만 돼도 내 마 서울에 올라가서 청와대에 들어가서 마 하소연을 하면-, 이런 마음을 멫 번 묵었어요. 내가 부끄러운, 부끄러운 대신에 하소연 할라고 이런 마음도 다 묵어 봤고. 대통령한테 안 가면 오데 말할 데 있십니까.
“죽으면 내가 천국 가서 이런 말할 데가 있겄지, 이런 마음이 들고.
“나는 좋-은 데 결혼해 가지고 넘과 금슬 좋게 살아봤으면 그기 소원이다. 넘 날 때 나도 났건만은 와 내 팔자는 이리됐나 싶으고.
“사람이 났다가 여기 잠시 쉬었다 가는 긴데 났다가 탁- 결혼해 가지고 남편한테 사랑도 받고 이리 좋은 시절을 살았으면 한이 없것네. … 한이 돼서 [다음 세상에는] 여자로 태어나 갖고 남자한테 사랑 받아봤으면 좋겠다. 그리사는 사람보면 부럽드라. 그리 몬 살아 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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