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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증언자료

“일본놈 저거 전장 아니었으면, 우리가 와 그래 가노 말이다”

“일본놈 저거 전장 아니었으면, 우리가 와 그래 가노 말이다”

  • 년도
  • 나이
  • 내용
  • 1926년
  •  
  • 경상북도 안강에서 출생
  • 1942년
  • (17세)
  • 집에서 취업사기로 연행
    대만 기고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
  • 1946년경
  • (21세경)
  • 배를 타고 부산으로 귀국
  • 1948년
  • (22세)
  • 안강에서 유부남 황○○와 동거. 비단장사로 생계 유지
  • 1960년경
  • (35세경)
  • 양아들 입양
  • 1968년경
  • (43세경)
  • 황○○ 사망
  • 1970년경
  • (45세경)
  • 가정부 생활로 생계 유지
  • 1975년경
  • (50세경)
  • 레스토랑, 식당 등지에서 일을 하며 객지 생활
  • 1999년
  • (73세)
  • 대구에 안착
  • 2000년
  • (75세)
  • 일본군 ‘위안부’ 등록
  • 2004년
  • (79세)
  • 대구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생활

안강 위치 →대만(기고) 위치 →부산 위치
“얼매나 왜놈들이 악착스럽게 했노? 아이고 말 마라. 그런데 와 저 잘몬한 건 없다카노, 저그 전장을 드럽게 해 가지고 그 지랄하고.
“하이구, 이놈들아, 이놈들아, 남의 못할 짓을 여러 수백 명을 그래 놓고 그래 어에 눈까리 뜨고 밥 먹고 사노 싶으다. 일본 놈 저거 전장 아니었으면 우리가 와 그래 가노 말이다.
“와 인정 모하노? 아주 나쁜 놈들이라.
“농사지어 놓으면 공출 다 대라 카고 다 빼앗아 가삐고 어디- 지독하게 했노. 일본 놈 긑이 지독한 놈 어디 있노 그래.
“놋밥그릇 다 뺏어 가쁘지를, 총알 만든다고. … 사는 게 사는 게 아이다. 그러이마 정신도 없었지, 이래 살아가 뭐 하나 싶은 게 곧 죽는 줄 알았지.
“부엌에다가 [나락을] 쪼금 묻어 놓으면 그거꺼정 조사해 보고 다 파디셔 가지고 다 가지고 가고 뭐.
“옛날에 살았는 게 그게 살았는 건 줄 아나?

안경쟁이 김씨

모리지, 거 가가도 몰랬지. 공장, 바느질하는 미싱하는 줄 알았지.
“가족은 아부지 계시고 엄마 계시고 우리 형제들은 칠남매, 위로 우리 언니가 하나 있고 내가 둘째고 밑에 남동생이 다섯이고 그랬지.
“일본 이름은 안 짓고 성만 가네꼬, 가네야마 이랬다. 가네꼬라 카는 사람도 있고 가네야마라 부리는 사람도 있고.
“농사졌었지. 농사짓고, 우리 아부지는 일본사람 정미소 댕겼거든.
“계속 안강 주 011
각주 011)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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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살았지. … [나는] 가마이 짜고 이랬거든. 공출이 얼매나 심했노. 가마이 짜 가지고 공출 안 대면 막 와가 짝대기 가(가지고) 짱대기 (정수리) 딕- 때리고 이랬거든.
“우리 언니는 일찍 시집갔다. 글때 그라대, 일본군인들 따매로 붙들려 간다고. 열여섯 살에 시집보냈다, 결혼 씨겨가 그래 보내뿌고. … 난도 글 직에 결혼을 씨긴다 씨긴다 캤거든. 우태롭다 우태롭다 이카고 결혼을 씨긴다고 그랬는데 결국 붙들려 갔거든. … 그래도 뭐 거 붙들려 간다고는 생각도 안 했지. … 모리지, 거 가가도 몰랬지. 공장, 바느질하는 미싱하는 줄 알았지.
“가마이 짜고 있으끼네 … 쫌 볼 일 있다고 오라 그래. 글때는 일본사람도 조선말 마이 했대, 한국에 있는 사람은. 한국말 마이 했지. 그래 했는데, ‘좋은 일이 있으이까네, 이야기가 있으이까네, 가보자 가보자’ 그래가 갔지. 그래 거 가이까네 안경쟁이도 있고.
“일본사람하고 같이 댕기는 한국사람이 있다, 일본사람 앞잽이.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성이 강원도 김가라 이카더라. 저 안경쟁이 김씨 커면 모리는 사람이 없다. 안강서 다- 알지.
“지서 옆에 와 공간 겉은 그런 거 안 있겠나? … 사무실 겉은 거 의자도 있고 뭐, 들어갔다가 나갔다가 하는 데 있잖아. 문 요래 열고 들어가니까네 의자도 있대. 거서로 한 한 시간도 넘게 쫌 있었지, 한 두 시간쯤 되었으까?
“나를 델고 갔으이까네 인자 지그꺼정 나를 앉아 놓고 드갔다가 나갔다가, 드갔다 나갔다 해 쌌더니만, ‘그래 저 헤따이상(일본군인) 옷 하는데 미싱도 배우고 하면 돈벌이도 좋고 가마이 짜는 거보다 낫다’ 그카대. 그라면 돈으로는 부쳐 주냐꼬 물었지 내가. 그라이까네 ‘돈 부쳐 주지럴꼬, 고이 달달이 월급 받으면 집으로 붙여 준다’고 그라대, 그래 나도 ‘하이구- 그라면 마 쫌 사는 게 안 낫겠나?’ 내 속으로 그렇더라. 그래가 ‘집에 가가 있으면 그래 연락할게’ 그래.
“그러이 뭐 집에 가가 있었지. 있으이까네 그래 안경쟁이가 와 가지고 헤따이상 옷 해주는 데 미싱하는 데 가면 좋다고, ‘가야 된다’ 이카대. ‘가야 된다커면 가야 안 되나?’ 내가 이카고 있으이까네 그래 엄마도 ‘아이고, 저거 가는갑다.’ 이래 생각하고. 그래 이틀 저녁 집에서 자고 그래 갔지.
“갈 거냐고가 아이라, 갈 거냐 안 갈래 이것도 없고 가야 된다, 사람이 달리니까(모자르니까) 가야 된다. 전장이 크게 붙어가 하는데 여자들은 그런 거라도 해 가지고 도와야 된다 그거 아이가. 그래 말하는데 안 갈 수가 있나? 어느 명령에 안 가노, 택도 없다. 일본사람이 뭐 끄지껴다가 패가 죽여도 뭐, 하나쯤 죽여도 말도 몬하는데. 하이구- 말 마라. 글때는 전부 일본사람이 권리이고, 조선사람은 똥태 망태라.

아사마마루

우리나라에서 일본꺼정 통해 가는 배 중에 제일 크다.
“내가 학교 안 여 준다고 울어 노으이 학교 들어갔거든. 열세 살에 입학해 가 댕기다가 삼 학년 댕기다가 갔으이까네 열일곱 살에 가졌지.
“봄이지 싶으다, 갈 때가. 그래가 쌀도 없는데 하이구 공출 다 줘 뿌고 없는데 백찜(백설기)을 (손바닥을 가리키며) 한 요만큼하게 한 서너 덩거리 되지. 그래 쪄 가지고 [엄마가] ‘가다가 배고프거든 먹어라’꼬 그래. 좌우지간 엄마가 까만 콩을 삶아 가지고 … 설탕하고 섞어서 줬는데 … 봉다리에다 싸가 쫌 먹고 이틀밤 잤는강 하룻밤 잤는강 … 묵을라키이 약간 쉬 있더라. … 봄인동 낮인동 그기는 기억이 안 나고 그 떡이 쫌 새콤무리 하대. 이게 좀 슀다 싶으더라 그거는 생각나지.
“골 직에는 [안경쟁이 김씨가] 혼자 왔지. 거 안강에 가 가지고 … 차 태워 가 보낼 직에는 일본놈들 비이대.
“기차로 탔는동 추럭을 탔는동 그기 생각이 안 난다. 어이 생각허이 기차를 타고 갔는동 싶으고, 어이 생각허이 추럭을 타고 갔는강 싶으고 그렇다.
“어두로 가는동, 차를 타고 가는데 이○○ 주 012
각주 012)
이○○은 김화자의 고향친구로 함께 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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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게 떡 탔단 말이다. ‘니 어예 왔노?’ 그라이께네 ‘난 빨래해가 오다가 뭐 거 내던져 뿌고 그래왔다’ 그카대. [일본 순사가] 빨래 막 거, 탁- 차뿌더란다, 소쿠리를 차 뿌고 마-.
“공장에, 군인들 옷 하는 데 공장에 간다고 그래 [이○○도] 델고 와가 갔지.
“당일치기로 갔지. 안 자고 바로 부산이지. 부산 가가 하루 저녁 잤는동 이틀저녁 잤는동 좌우지간 잤어.
“여관에 가 가지고, 여관인동 하숙집인동 자는데, 사람이 여섯이라. 조선 아가씨가- 여섯이라-.
“거 가이까네 둘이가 있어. 둘이가 있는데 하나는 요오꼬고 … 하나는 하나꼬고. 그래 있고, 우리 가가 인자 이름 짓는 게 … 하나까, 하나츠루, 하나조노, 하나에, 하나요시, 나는 하나기구거든 고래가 여섯이라. 전부 하나(花)로 붙여가 그랬거든.
“부산 가 가지고 그래 자고 배를 탔잖아. 배를 타는데 저거는 뭐 배 타이끼네마 쪼매 가다가 영-- 죽어뿌래. 주 013
각주 013)
친구 이○○가 배멀미가 심해 몸져 누워버린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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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신에 다 올리고 삼통(계속) 갈때나 밥뚜꺼리라고(밥이라고는) 입에 못 넣고 배 멀미 해 가지고. 그런데 나는 멀미라고는 절대 안 한다. 배가 엉캉 커 노으이까네 … 나는 밥 먹고 나와 베란다 겉은 데 나가 가지고 구경도 하고 이랄 적에 거서 그라대. ‘이 배가 우리나라에서 일본꺼정 통해 가는 배 중에 제일 크다, 이 이상 큰 거는 없다.’ 배 이름이 아사마마루다 커는 거를 내가 들었거든.
“참- 마 크기도 크더라, 짐도 마이 실었고. 거기다가 마- 전부 다 뺄갠 별이래 달아 가지고 병정들이 꽉- 타고 가는데 (힘주어 말하며) 형편없었어, 징병 끌래 가는 남자들.
“몇 시간 탔는동 일주일인동 모린다. 배 안에서 자고 그래 갔으이 나는 그거는 안 꼽아 봤지.
“인솔한 사람은 거 한 사람 있더라, 한국사람.
“부산에서로 또 인자 나와가 데려다 주고 또 가가 인솔 넘구코 두 번 넘갔지.
“우리가 거 어에 어덴 줄 알고 가노.

가게츠

발악 마이 씨면 마이 뚜드려 맞고 … 죽도록 맞고.
“배만 타고 대만에 가 너리는 거지.
“[인솔한 사람이] 그때 하이가(하여튼) 삼십 원 줬는감 이십 원 줬는감 이래, 뱃마비(배삯)로. 타고 갔는데 그기는 대만사람이 뱃마(노)를 젓더란 말이다. … 고서 타고 우리 너리니까네 다까오라 커대, 대만의 다이완 다까오. 이 대만을 다이완이라 카거든.
“고 인자 동네 이름이 다까오라. 고기서라 또 댄마 주 014
각주 014)
전마선(伝馬船)의 준말로 짐을 나르는 조그만 거룻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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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타고 가면 기고라.
“우리 사는 동네 기고라는 데 갔다. … 그래 거 집은 가게츠. 내 하나도 안 잊어 뿟다 그거는. 그것도 인자 간판을 이래- 가게츠라고 [문 현관에] 탁 붙여 놓고, 처음에 가이께네이 뭐 그런 일을 당하이- 여는 뭐 뭐 먹먹부답이고 뭐 말을 해 봤든 되지도 안하고, … 말 안 들으면 니 가거라 이카거든. 배가 있나 어두로 가노, 가면 또 어느 놈 손에 끄지껴 가가 뚜들여 맞아 죽을동 모리지롱. 죽도 사도 못하고 거 붙어가 있지 우얄끼고 (울먹이며) 그 일로 당하고.
“몇 사단 캐도 우리는 거 마 다 들어도 잊어 뿌고 꿈 밖의 일이고. 까짓껏 뭐 우리 젙에 해당 안하는 건 안 듣는다. 너거사 어데서 오게나 우리는 우리가 할 도리만 하면 끝난다 그거지.
“[가게츠 같은 데가] 딴 데 또 있어, 한 군데.
“기고라는 데는 두 군데. 그라고 다까오라는 곳에 또 있어. 거도 우리매로 그런 데가 몇 군데나 있었어.
“[방은] 다다미, 다다미다. 나무를 가지고 이래이래 해 놨대.
“이층에는 방 두 개밲에 없었다.
“한 방으는 저저저저 이○○가 있고 …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 방으는 하나에가 있었는강? 고래 있었고 글타. 우린 아래층에 있고.
“일층에도 방이 다 차지하고 한 갠강 넓다른 거 두 갠강 고래 남아있지, 다 차지하고. 그라이께네 방이 여섯, 여덟, 이층까징 여덟 개지.
“방은 옆에 있고 이 마리(마루)매로 요런 게 쭉 있고 또 일로 쭉- 있고 기역자로 생겨가 있는데 그래 인자 [군인들] 저거 방을 드가면 안쪽에 있고 그랬다. 그라고 빨래라도 해 입으라고 하면 … 마당에 거 인자 공간이 있지. 주 015
각주 015)
마루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여자들의 방들이 늘비해 있고, 기역자 안쪽으로는 군인들이 자는 방이 있고 건물 중간에는 마당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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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다- 하나쓱 주지. … 다다미가 한- 넛장 반 폈는강 좌우지간 다섯장 핐는강 고래밖에 안되지. 요 하나 딱 피면 공간이 요거 만침밖에 안 남는다. 고래 작다. 작은 거 해야 방을 여러 개 만들거든.
“벽이 있지, 글때는 나무 벽이다. [옆 사람한테] 들리면 어떻코? … 거그다 판 피 놓고 해 제끼는데, 어이씨.
“그 집 늙은이는 전라도고 영감님은 경상도고. 주 016
각주 016)
김화자는 가게츠를 운영했던 내외를 늙은이와 영감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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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가 ‘하루모도, 하루모도’ 캤이까네 장가라. 늙은이도 장가고 동생도 장가지, 남매 간에 거 와 있는갑[드라].
“영감님은 거 와 가지고 ‘오또상이라 불러라’카 가지고 아버지라 불렀거든. 아버지라 불리는 게 일본말로 오또상이거든. 그래만 불리니까네 [영감님] 성이 뭔동 모리지 뭐 우리는.
“또 조바(관리인)라고 있는 사람은 인자 그 늙은이 동생이라.
“[조바는] 나이 많더라. 한 사 오십 되었지 싶으다, 그때 나이로.
조바가 다 담당하지, 그 따문에 조바가 필요 있지. 그거 정리하고 군표 받는 사람 이름이 조바라. 하리모도 조바상 캤샀대, 그러이까네 알았지.
“돈은 안 줘도 야야, 뚜들여 패지만 안하면 다행이다. 우리가 그때 뭐 철부지로노이 저거 하는 대로만 따라가지 뭐 아나? 잘 믹여 주고 패지만 안 하면 다행이다 … 말도 마라 야.
“쫌 잘못하면 막- 차고 구두 발로가 차고 … 개 패듯이 패고 그라는데.
“병도 [없고] 아프지도 안하고 손님들, 군인들 잘 상대하면 좋다 카고, 좀 아파가 빌빌하면 밉다 카고 안 그러나.
“약간 하면 패고 손님 작게 받으면 또 작게 받는다고 패고.
“다 뚜드려 맞았지, 안 뚜드려 맞은 사람 누가 있나.
“‘와 거짓말 하노꼬’ 그라이께네 [조바가] ‘그런 기는 우리는 모린다. 너거가 이래 뒷바라지를 안해 주면 군인들이 전장을 우에 하노’ 그래 말하는데 뭐라크노? ‘그러면 너거 이거보다 더 먼 데 싱카포르로 쫌 보내 뿌카?’ 이카든대. … 하이구- 거 가가 발악 마이 씨면(하면) 마이 뚜드려 맞고 … 죽도록 맞고 하는 수 없이 군인들 오면 받아야 되고.

희한한 놈들

딴 이상은 없고 자궁에 피가 나대.
다까오 처음 가가 있으믄서로 [자궁] 검사 씨기거든. [검사할 때는] 하나도 안 받고 고 이튿날부텀 군인 받는데.
“처음으로 글때 나이도 그래 만 열여섯 살 될락말락 했잖아. … 아래가 찢어졌든동 뭐 어에 되었든동 피가 나대. 딴 이상은 없고 자궁에 피가 나대, 그래 당하고나이, 처음 당하니. 나이 어려가 처음 당하고 나면 걸음 걸어도 똑 무슨 바람이 드가는 거매로 휘황-한 게 뭐 그렇지, 뭐 딴 거 뭐 어데 있나. 몬 걷고 그런 건 없고 쪼금 [사타구니가] 안됐지.
“아홉 시 되면 아춤 먹거든.
“우리 시간으로 좌우지간 열 시 되면 군인들 딱 닥친다.
“설거지 다 하고 청소 다 해 놓고는 그래 일 나서거든. 그라믄 저녁으로는 마 시간도 없지 뭐, 저녁에는 늦게까지 한다.
“군인들도 인자 한- 세 시간이면 세 시간, 자꾸 교대로 휴가로 보내잖아. 그리이까네 군인들이 닥치거든.
“하루에 한 이십 몇 명쓱 지내가고 저녁꺼정. 또 표 많이 주면 저녁에 또 자고 가는 놈도 있고 뭐.
“저녁에는 인자 군인 시간표로 마이 주면 밤새도록 자고 가는 이도 있다. … 많았지, 우짜다가 혼자 자지. 와 그렇나 하믄 시간표로 모다 놨다가 여러 장 주면 밤새도록 자는 거지.
“달아가(계속해서) 자꾸 안 오나, 한 놈 나가면. 그래가 뭐 어떤 놈은 바랐고 앉아가 마- 오래 있다고 과함을 지대고. (웃으며) 주 017
각주 017)
김화자는 군인들에 대해 말할 때 역설적으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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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한한 놈 다 있다. (크게 웃으며) 야- 말도 마라.
“일요일날은 항상 많다. 와 글라하면 외출을 더 보니거든.
“글칙에는 뭐 수도 없지. 뭐 뭐 한 서른 명도 넘지 싶으다. 금방 드갔다 금방 나오고 마카 그런데 뭐.
“이십 분 꺼정도 있으면 큰 일 날라꼬. 밲에서 막 지랄 안 하나.
“한 늦으면 십오 분.
“시간이 없지- 인자 손님 보내 놓고 배고프면 밥 퍼 놓은 거, 고구마 밥이라도 한 숟가락 떠가 먹고는 또 인자 [군인들] 시간 받는 그게지 뭐. 그래도- (힘없는 목소리로) 글때는 와 글노하면 [조바한테] 한찰이라도 덜 뚜들겨 맞을라꼬 빨리빨리 설쳐야 돼. 쫌 느지른(느리게) 설치면은 짱배기라도 한찰 맞고, 귀퉁뱅이라도 한찰 맞지 안 맞지는 안하거든.
“빨래도 밥 먹는 시간에 퍼뜩 해 놓지. … 지 빨래하고 지 일 한다고 군인 안 받으면 그건 맞아죽네.
“그러니께네 사람 죽을 지경이지.
“할 일이 뭐 있노? 밲에 어디 내보내 주나? … 못 나갔지. [검사할 때] 밖에 더 나가나? 그 외에는 출입 모하지.
“내-도록 고 집에서 뺑뺑뺑 돌고 놀 시간도 벨로 없다. 내- [군인이] 지랄하고 달아가 오이까네.
“술 췌가 오면 칼로 빼가 지랄하고 사람을 전주코(겨누고) 그 지랄한다.
“쫄병들은 인지 [전쟁터에] 가면 내 죽는다 싶어가 … 마- 꺼떡거리고 술 한 잔 처묵고 … 뜻대로 놀아나고 안 그러나.
“내, 그런 거 이야기하기 싫다 골 아파서. (잠시 침묵)
“밥으는 우리가 돌아가며 해 묵었다. 밥 해 주는 사람이 있나 어데. 그래 반찬도 옳게 해 먹는지 아나? 아무 때나 닥치는 대로 해 묵는다.
“하이구야, 거 밥이라도 제대로 쌀만 해가 해 주면 다행이다. 고구마 앉히고 쌀 쪼께 앉히고 그래가 섞어 가지고 고구마 밥이라, 고구마 밥.
“[비누는] 다 씨고 없으면은 인자 또 주고 이란다. … 세수비누도 주고 빨래비누도 주고 세면장에 이래 놔두면 여럿이 가가 씨고. 좋은 거 주까 봐? 여 저은(나쁜)거지.
“옷은 육 개월만에 하나씩 해 준던강? 해 준다. 월급을 줘야 옷을 해 입지를 돈이 어디 있노. 돈을 안 주으이까네 저거가 옷이라도 해 입혀야 [군인들] 상대를 하지를.
“옷은 글때 대만이 덥거든. 하소대(반팔 소매) 원피스매로 (반팔 소매를 지어 보이며) 요래 요래 했는 거. 그런 거 맞춰 준다.
기모노 그런 거창한 거 입고 우에 손님 받노? 거 원피스 받으면 그거는 마- (치마를 무릎 위까지 걷어올리는 시늉을 하며) 히떡 걷으면 쑥 [다리가] 나오고 그래.
“팁을 선나쓱(조금) 주거든. 주고 가면 그거 모다가 우리가 인자 … 구린내 나는 크리무 그거 하나 사가 바리면 그만이고 글치. … 우리 세수비누 요런 거 하나 사믄 쪼매끔 애껴가 오래 씬다. 돈이 있나 살라 카면.
“그라고 팁이 나오나? 안 나온다. 신병 겉은 병정들이라노으이 돈이 어디있노? 긴 칼차고 쫌 높은 사람 상대 자주 하는 사람은 팁도 쪼끔씩 얻어 쓴다. 지가 쫌 재수가 있어가 그런 사람이라도 한 번 상대해 놓으면 한 번 찾아오고 두 번 찾아오고 하면 불쌍타고 주고 쪼매라도 주고 이라지.

하얀 약

그거는 절대로 임신하지 말라고 주는 약이라.
“냉이- 한 번 있었는데 이 주 진찰 받아, 이 주를 댕겼지.
“자궁에 냉이 심하지, 나쁜 게 나오지.
“찬물에 계속 씻으이까네 자궁이 냉하잖아. … 냉이 생기면 인자 검사하러 가믄은 ‘냉기가 있다’해 갖고, 며칠 치료 받아라 카는 것도 있고 글타. 딴 병은 별로 없지.
“하나 상대하면 센죠하는 데가 있거든. 뒷물, 씻는 데 있거든, 약을 빨가리한 물 타 가지고.
“냉이 마 심하다, 또 음질 겉은 게 걸맀다, 이래 되믄 그 방은 손님 몬 받는다고 딱 써가 부쳐. 부쳐 뿌고 이 주면 이 주, 삼 주면 삼 주, 계속 병원에 댕기잖아. 하루 한 번쓱 계속 나간다 하루 한 번쓱.
“빨리 해 안 낫는다 커면 그건 밉비 가지고(밉게 보여서) 조바한테 약간하면 띠딜여 맞고.
“병 겉은 거는 안 걸린다. 삿쿠(콘돔)를 씨거든 삿쿠. … 그거를 안 쓰면 [우리가 일본 군인들을] 쫓아 내보나 뿐다. 그거 싫다 크면 가라 큰다.
“우리가 ‘씨 낳으라 한다, 가라’고 커거든, 그라면 저거가 쫓겨나도 할 말이 없다. 그거는 법에 딱 고게 돼가 있는 모양이라.
“[삿쿠는] 그 집에서라 내 주잖아, 다- 내 주면 사용하라고 딱 내 주거든. 우리가 [군인들 오면] 준다커이까네.
“여럿이 상대하기 따매로 그걸 써야 여자한테 병이 안 오리지.
“[밑이] 찢어지고 뭐 그런 건 없어. 그냥 상대해 봐라, 아파 안되지. 그그 바리는 크리무가 있잖아, 발라뿌면 미끌미끌하거든. 다 준다 크리무를. … 금세 센조하고 와가 또 받고 또 받고 하는데 [안 바릴] 택이나 있나?
“안 바리고 금방 씻고 와 가지고는 [삿쿠의] 고무가 그라믄(닿으면) 진짜 살따구 찢어지라고?
“그러니 우리 여자들은 남자하고 좋아가 사는 세계는 모리거든. (조용한 목소리로) 금방금방 나갔다가 들어와도 [군인들] 저거만 좋다 하고 그라고 갈 녁이지.
“[성병 검진은] 기고서라(에서) 다까오 와가 일주일에 검사를 한 번 하거든, 군의관 있는데.
“606호는 가끔 가다가 한 대쓱 준다. 그기 일호, 이호, 삼호, 사호, 오호, 육호까지 있거든. 그 따문에 606호 그런다. 606호는 되게 씬 거고, 삼호짜리 겉은 거는 저기 우리 검사가면 검사하고 나올 때 병이 없어도 한 대쓱 준다.
“일주일에 한 번쓱. 일주일 맞으면 안 준다. 이주일 만에 한 번쓱 주게나, 또 삼주일에 한 번쓱 주게나. 그게 너무 독해 가지고 사람한테 해롭단 말이다.
“그거는 혈관에 준대, 냄새 마이 난대. … 몸에 나쁜 게 범접하지 말라꼬 그래 주고. 또 단추 겉이 하얀 약으로 하루 한 개씩 계속 준다. 그거를 먹으면 애기집이 쪼라들고 … 그거는 절대로 임신하지 말라고 주는 약이라 그때.
“부작용은 별로 없는 거- 몰랐다.
“[병원] 시설은 안 좋았다. … 요새 생각허면 판자촌 집도 그래 지어 놓을 끼다. 시설 좋게 지을 택이 있나. … 우리사 가가 검사만 받고 오지 우야노. … 그저 딱 이름만 부리면 드가가 검사 맞고 나와 뿌면 끝이지 뭐. 누가 그 가가 군의관 아저씨 몇 키(명)라고 묻나 물을 필요도 없지 뭐.

자살시도

물에 빠져 죽는 것도 귀신 씌야 빠져 죽어. 못 빠져 죽어.
“친하게 지냈는 거[는] 내보다 더 철딱서니가 없거든. … 청소할 것도 내가 한 가지 더 해 주고 너무 어린까네.
“거는 참 나이 어리게 들어 와가 약간 하면 울기도 잘 울고 그래가 ‘니는 우에 왔노?’ 이카이께네 ‘나는 돈 벌라고 안 왔는교? 공장 가가 군인 옷 한다케 가지고 안 왔는교?’ 카대. 그것도 또 옷 한다 카고 데리고 왔는 모양이라.
“거짓말하고 다 끄집고 왔지 뭐, 누가 진짜배기로 그래 봐라, 누가 거 갈 사람 있노.
“나도야 그 가 가지고 하이구-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에 빠져 죽을라고 들봐다 보이 물에 빠져 죽는 것도 귀신 씌야 빠져 죽어, 못 빠져 죽어.
“하이구- 이래 고생하더라도 가가 우리 부모를 보고 죽어야지 그기 생각키까네 몬 죽겠더라. 죽을 수가 있나.
“물이라도 빠져 죽으까 우야꼬 이래 싶었지만은 차차차차 잊고 달라가(달래서). … 하이고 마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이러다가 마 끝나가 죽으면 그만이고 고향이라도 가가 부모라도 한 번 만나보면 다행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지 뭐 별 생각으로 사나, 희망이라는 거는 없거든. 우리가 뭐 나가가 어디 결혼자리라도 찾겠나 뭐 하겠노, 그런 건 없거든. 우리는 우차피 인지는 다- 베린 몸인까네이 … 고향 가가 어디라도 가가 식모라도 써 줄라카면 거 가가 밥이라도 얻어 묵고 살다가 죽는 게 끝이고. … 나가가 편안하이 살아야 되겠다 결혼이라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일체 없는 기라. 거 있던 사람 다- 한 가지라. 내뿐 아이라- 다 글타.

쑥덕쑥덕

해방 된 거는 듣는 게 아니라 마- 마- 일본사람이 기가 없대.
“기가(기운이) 없고 일절 안 오는 기라. … 해방 된 거는 듣는 게 아니라 마- 마- 일본사람이 기가 없대.
“우리꺼정 쑥덕거리며 그라이께네 대만사람들이 와 가지고 일본이 졌다고, 손 들었다고 그라면서로 며칠 있었지.
“원자폭탄 때려 가지고 손 들었다 이카대. 그러이 팔월 십오 일 해방-컸고 알았다 말이다. 그래가 마 마 일본사람, 일본군인들 거 하는 것도 일절 안오이까네 딱 끊어지이. 우리는 마 처음에 정신이 없어 가지고, 하이코 우야꼬 인자 이러면 우리도 못 나가고 죽는 거 아이가 싶어 가지고 글때 생각 하이께네. 하이구- 일본사람이 이겼으면 고향이라도 갈턴데 싶으더라카이, 철 없는 마음에.
“우리가 해방되고 거의 여남 달, 한 일 년 머물었거든. 왜 머물었노 하면 배도 없고 뭐 배삯이 있나 우야노.
“장사를 했지. … 조바가 계랄(계란)을 인자 띄가 와가 우리를 보고 가가 팔아가 오라카대.
“그럴 밖에 더 있나. 먹을 거도 없지를, 뭐 살라카이께네 돈도 없지를. … ‘니는 뭐 가지고 가가 팔아라, 뭐 가지고 가가 팔아라’ 쪼매끔이라도 팔아 갖고 오면 인자 거 돈 가지고 쌀 쪼께 사고 고구마 사 가지고 쌀 우에 얹어가 고구마 밥매로 그래 해 주고 그랬거든.
“나는 몬 팔았다. 몬 팔아가 띠딜여 맞고 그랬다.
“한 집 식구 주 018
각주 018)
가게츠에 함께 있었던 여성들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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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뭉쳐 가지고 그래가 있다[가] 배 타고, 다- 태워주는 게 있었다, 태워 주는 게 있어서 그래가 나왔지. 그냥 배로 태워 줬지. … 부산에 그래가 나왔지.
“[대만] 거기서 나오는 사람이 그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지 엉망진창이고, 고기서(부산항에서) 종이쪼가리 하나도 몬 받으면 차비가 없어 가도 못 한다. 딱 줄로 서 가지고 정확하게 있어야 받아가 나오지.
“고거 종이돈 요런 거 하나, 요래 주대, 종이돈.
“청년단 주 019
각주 019)
김화자가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차비 명목으로 얼마간의 종이돈을 나눠 준 사람들을 청년단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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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단 캤샀대. 거서랑 다 줬지.
“부산 떨어지니 얼매나 좋던동. 하이구 살아가 인자 우리 엄마도 함 보고 동생도 본다고 싶어가.
“내사 마 밤이고 낮이고 까짓껏 뭐 넘사시러분 것도 모리고. 오니까 우리 엄마 붙잡고 울어가 난리났고 하이구-.

팔자

이놈의 고생은 팔자 지고 낳나, 오나가나 고생이다 싶으고.
“내가 집에 있었는데 한 일 년 이 년 다 돼가 가지고 유부남을 만냈잖아.
“안강에서 만냈지.
“내가 스물 몇 살 됐지, 서른 미만에.
“글때는 유부남밖에 없었다. 전부 전장에 가 다 죽어 뿌고 사람이 어데 있었노.
“우에 가지고 그래 만났는동 몰라, … 좌우지간 누가 소개시켰지 싶으다 그때.
“성이 황가다. 황씨네들 다- 너리게 살고, 양반이랬거든.
“동거인으로 얹었으면 얹었지, 본 할매이가 있는데 우야노?
“한 열 살 더 많앴다, 유부남이까네. 그래 만내 가지고 비단장사로 하고 한 이십 년 살았는데 고마 살기 어려버가 … 고생했는 거 말도 몬 한다.
“요새는 사는 게 다 팔부자다. 주 020
각주 020)
요즘은 옛날에 비해 호강하며 산다라는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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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라 입 하나 살라꼬 애를 쓰고.
“고생을 마이 했다. 말 마라. 허이구- 고생 뭐 뭐 내 만날 이놈의 고생은 팔자 지고 낳나 오나가나 고생이다 싶으고.
“유부남이 또 어디 가가 또 이래 저질래를 해가 또 아들 하나 낳아가 돌도 안 지낸 거 데리고 왔단 말이다. 데리고 온 거 저거 누구 줄라커는 거 ‘어이구, 내 키운다’고 주지마라 캤잖아.
“호적에는 몬 얹지 … 그러이 내가 저 아를 키와도 내 앞으로 없고 그(본처) 앞으로 안 있나.
“서른다섯 살에 델고 왔나? 네 살에 델고 왔나? 그랬지. … 어릴 적에 정붙여 키워 놓은 게 내가 몬 놓고 하이, 내놓은 거나 진배없다 … 하나도, 저거 내가 안 놓고 그랬다 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든다.
“내가 낳은 줄 안다. 모린다--. [양아들이] 딸애 놓고 머슴애 하나 놓고 둘, 남매 안 있나.
“영감 그럭저럭 죽고 … 식모살이 마이 살았다. 레스토랑에도 몇 년 살았고 … 고생 마이 했지 뭐. 레스토랑이 얼매나 피곤한 줄 아노? 통 그거 다 씻어야제, 찬물에다 삼통 퐁퐁 독한 거 여가 씻으이 그래 내가 주부습진 걸려 가지고 죽을 욕을 안 봤나? 그거를 다 어에 말하노. 또 저 감포 주 021
각주 021)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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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남의 식당에도 있다가, 뭐 가정집에 식모가 제일 나쁘더라.
“팬티꺼정 다 씻어 줘야지럴, 방 청소 내- 씰고 닦고 해야지를. 식당에는 내 하는 일만 피곤해도 해뿌이 끝나는데 가정집 식모는 자기네는 출근해 뿌고. … 그라이께네 늦게 올 다나(동안) 잠 안 자고 문 열어 줘야지를.
“가정집 식모도 한 삼 년 했고, 오십 넘어가부텀 계속 이리저리 댕겼지. 뭐 딴 벌이가 있노?
“내-두록 거 레스토랑에 일했었고 식당에 가면 한 칠 팔 년 또 있지를. 레스토랑에 가면 일 년 이 년 있지를. 또 딴 식당에 가가 그래 있지를.
“하이구 내가 [대구] 와가 일 안 했지 삼통 일했다. 여 와가 [산 지] 삼 년째 밖에 더 나나?
“이래 살다가 죽으면 끝나지 커는 그거 뿐이지 뭐 딴 생각할 여지가 없어. 그것도 편한 사람이라야 하이고 오만 생각 다 나지. 날만 새면 일하고 그저 일이 피곤하이 드가면 자뿌고 생각할 여지가 없지. … 그렇키 옛날부텀 요 이부자리 밑에는 신랑 생각이 나고 똥 뚜드기(포대기) 밑에는 신랑 생각 안 난다고 그래 두고 하는 소리라. … 모리고 시간을 다 냄기고 날짜를 다 넘어갔다.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어디가가 뭐를 어야면 또 이달엔 돈 받으면 또 뭐 우야고 우야고 하는 거, 그런 거나 생각지 딴 건 없어.
“그리 그리 댕기다가 나[이] 차고 뭐 그랬지.
“육십 되고, 뭐뭐 육십다섯 되고 그럭저럭 칠십 되고 뭐. 그런데 부잣집에 할마시 죽고 재혼하라꼬 이래 청이 들어와도 가기 싫대, 거 가면 뭐 하노?
“아 때문에 가기 싫대, 가도 별 수도 없고. … 뭐 그냥 밥 먹고 사는갑다 이래 여기고 살았지 뭐 별 수 있나.

가명

한 사람이라도 더 알굴 필요가 뭐 있노.
“처음에 내가 왜 신고를 몬했나 하면은 … 객지 가 식모 살 때라. 우리 올케[가] 있는데 신고를 해라카드란다. 그런고로 하이쿠- 인지 새삼스럽게 끄집어내면 뭐 하노. 내 복이 없어가 남의 집에 돌아 댕기면서 사는데, 글때 뭐 몇 천만 원이라도 준다 캤으면 했지. 돈 뭐 몇 백만 원 몇 십만 원 주는 거 뭐 하겠노 싶어가 ‘하지 마라, 또 새삼스럽게 넘사시럽타’ 그라고는 잊어 뿌고 그랬는데. … 우리 이종사촌형 있제? ‘언니야, 언니 저기 강 건내 갔다온 거 신고했나?’ 카대, ‘신고하기는 뭐 해, 그때 마 치와 뿌고 안했다’, ‘아이고 지금이라도 해라.’ 그래가 했다 내가.
“나는 세밀케 기억이 났거든. 배 이름도 아사마마루라 커는 것도 기억이 났고. … 그거를 세밀케 하이께네 바로 되대. 글때 일을 생생하이 안 잊어 뿌렸어. 어에 알았는동 몰래 그게 머리에 들어가고 안 잊어 뿌렸잖아.
“그걸 우에 이야기하노. 엄마한테 그래 봐라, 부모 속이 더 골병들지. 그저 알면 알고 모리면 모리고 뭐 묻지도 안하고 나도 가리켜 주지도 안하고 그렇지 뭐.
“그 사람(유부남)은 모리지. 이야기하면 되나? 모린다커이. 친척들도 어지간한 사람은 외국 갔다커이 마- 어에가 있다 왔는갑다 이래 인정하지.
“우리 동생 댁이 하나, 또 동생 둘은 다-안다, 남동생. (작은 목소리로) 그 아랫대 질부들은 모린다. 그래가 그 따문에 이 책을 내가 혹시나 돌리게 되면 ‘아. 우리 시고모가 그런가 봐’ 카까봐 그래 그렇지.
“내 죽은 뒤에서나 알기나 말기나. … 한 사람이라도 더 알굴 필요가 뭐 있노. 그냥 저냥 무료로 넘어갔으면 커는 생각이 들지 뭐. … 모르고 지내 나간 세월이 좋지 알고 지내 나가면 뭐 좋으노 말이다.

골병

생각커면 마 홧병이 나고 얼굴이 벌-건게.
“[조바가] 구두발로가 찼는데 [무릎이] 헤졌거든, 그거를 막 약을 안 바리고 놔두 노으이 그거 막 물캉 균이 들어가 곪았다 말이다. 그래 가지고 그래 한참 욕봤지.
“이거 여여 봐라 그래. 주 022
각주 022)
김화자는 군인들에게 맞아서 난 상처가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약간의 얼룩덜룩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상처의 부위는 무릎과 발목 사이에 있으며 크기는 대략 2cm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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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돼가 하마 몇 십 년 되가 삭아가 이래 있지. (손가락으로 큰 원을 그리며) 처음에는 이랬다 마이 컸다. 근데 자꾸 줄어지잖아. 보통 뭐 뭐 패는 게 뭐 강아지 새끼 패는 택 되지 사람 패는 택 되까봐? … 말 안 듣고 그래 봐라 ‘음음 이놈의 에미나들 다 바닷물에 뭐 처 여가 아쌋뿌라(죽여 버려라).’… 그러이 지그 말 듣고 생명이라도 살아가 와야 된다 커는 걸 [맘 속에] 가지고.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 한국을 간다 커는 생각이 안 나더라. 글직에 엉캉 전장도 심하게 붙고 그라이 여기 있다가 딴 데로 끄집고 가면 우야꼬 싶으고 그렇더라.
“이래 마- 생각커면 마 홧병이 나고 얼굴이 벌-건게 화가 뒤비셔지고 이렀지. 요새는 그래도 마이- 중지되었다. 구심(심장약) 사다 놓은 거 봐라. 계속 먹는다. 거 갔다온 사람 중에 심장 좋은 사람이 별로 없다. 안 먹으면 심장 한참 뛸 직에는 감당 몬하는데 그 따문에 성격도 나빠졌지, 날카로버졌지. … 자꾸 몸이 쇠약해지고 심장도 안 좋고 이래 가지고 뭐 마이 먹었지 뭐.
“[조바한테 맞아서] 척추가 쪼매 이래 어긋났지. 젊을 직에는 쫌 괜찮디만은 요새는 나이가 많으니까 허리가 쪼매 아프다. 걸으면 자꾸 이래 꼬부래지잖아. 인제 젊었을 때 쪼끔 다쳤는 게 나[이] 많으면 들어난다커이.

배상

죽기 전에 배상이라도 좀 받아가 쫌 더 잘 살았으면.
“그기 밲에 더 있나? … 인자 내 살 때까지 나쁜 병 안 걸리고 내 밥 내 먹고 내 똥 내 누고 마 이럭저럭 사다가 자는 잠에 가는 기 제일이지. … 인지 죽기 전에 우리가 죽기 전에 배상이라도 좀 받아가 쫌 더 잘 살았으면 사다가 죽었으면 커는 거 그거지 뭐 더 있나?
“그기 밲에 안 바래거든. 어이 그런고 하면, 이래 한 옆으로 생각커면 뭐 하이구- 배상이라 뭐이 캐사도 그기라도 좀 나오면 어째 저 자슥(양아들)이라도 몬 사는 거 쫌 봐주고 이래 가면 내 마음이 안 편컸나. … 사람 마음은 다 한 가지일 끼다, 그렇다 그뿐이다.
“천주교 댕기고 마이 순해졌고 마음을 곤쳤다.
“요새 내가 기도하면 하이고- ‘일본사람이 우리 이남 한국을 보고 우야든지 사죄하도록 해주소’ 기도를 했다. 내 혼자 기도를 하면 그래 했다. ‘세계 평화를 주소서’ 세 번 한 뒤에는 ‘우야든지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리 한국 이남에, 한국 보고 쫌 응, 사죄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하느님 아부지.’ 내- 그래 기도한다. 허허허허- 윗긴다.”

  • 각주 011)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바로가기
  • 각주 012)
    이○○은 김화자의 고향친구로 함께 연행되었다. 바로가기
  • 각주 013)
    친구 이○○가 배멀미가 심해 몸져 누워버린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바로가기
  • 각주 014)
    전마선(伝馬船)의 준말로 짐을 나르는 조그만 거룻배. 바로가기
  • 각주 015)
    마루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여자들의 방들이 늘비해 있고, 기역자 안쪽으로는 군인들이 자는 방이 있고 건물 중간에는 마당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바로가기
  • 각주 016)
    김화자는 가게츠를 운영했던 내외를 늙은이와 영감님이라고 불렀다. 바로가기
  • 각주 017)
    김화자는 군인들에 대해 말할 때 역설적으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바로가기
  • 각주 018)
    가게츠에 함께 있었던 여성들을 지칭한다. 바로가기
  • 각주 019)
    김화자가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 차비 명목으로 얼마간의 종이돈을 나눠 준 사람들을 청년단으로 기억하고 있다. 바로가기
  • 각주 020)
    요즘은 옛날에 비해 호강하며 산다라는 의미로 보인다. 바로가기
  • 각주 021)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바로가기
  • 각주 022)
    김화자는 군인들에게 맞아서 난 상처가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약간의 얼룩덜룩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상처의 부위는 무릎과 발목 사이에 있으며 크기는 대략 2cm 정도이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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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놈 저거 전장 아니었으면, 우리가 와 그래 가노 말이다” 자료번호 : iswj.d_0003_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