丙申. 八月. 十二日. 丁亥.
燕行錄選集
丙申. 八月. 十二日. 丁亥.
맑음. 순사(巡使)가 술과 과실을 가지고 와서 전송(餞送)했는데, 두어 잔씩 간단히 마시고 헤어졌다.
이윽고 화각(畫角 악기의 이름)이 세 번 울리더니 행정(行旌)이 이미 정돈되었다. 이에 교자를 타고 떠나서 대동관(大同館) 앞에 이르니, 부사ㆍ서장관 및 순사가 비록 직접 청하지는 못했으나 초대하려는 의사를 뚜렷이 보였다. 함께 놀아 우의를 두텁게 하자는데 쌀쌀맞게 거절하기도 어려울 듯하였다.
이에 장경문(長慶門) 돌길로 해서 부벽루에 올랐다. 여기에서 부사ㆍ서장관과 함께 조용히 회포를 풀고 간단히 술잔을 나누었다. 다시 교자를 타고 금수봉(錦繡峰) 밑으로 해서 병현(竝峴)에 이르니, 순사와 도사(都事)ㆍ통판(通判)이 포장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 앉아서 잠깐 이야기하다가 또 두어 잔을 마셨다. 오늘 세 곳에서 추로주(秋露酒)를 거의 20여 잔이나 마셨다.
호분(胡墳)을 거쳐 적현(赤峴)과 부산현(斧山峴)을 지나 부산(斧山) 파발에 도착하니, 술 기운이 점점 올라 정신이 자못 혼미해졌다. 초경(初更)에 수촌평(水村坪)을 거쳐 순안현(順安縣)에 도착하여 안정관(安定館)에 유숙했다. 주쉬(主倅) 심지엄(沈之淹)이 나와 기다렸다. 성천 부사(成川府使) 이지안(李志安)은 병이 있어 오직 이민(吏民)만이 나와 기다렸다.
이날 55리를 갔다.
晴。巡使持酒果來餞。略飮數杯而罷。巡使聞副价與行臺。俱上浮碧。辭而馳去。俄而畫角三吹。行旌已整。乘轎發行。抵大同館前。副价行臺曁巡使縱不敢直請。顯有邀致之意。同游厚誼。似難浼浼。從長慶門石路。登臨浮碧。與副价行臺從容敍懷。略行酒杯。乘轎由錦繡峰底。達于竝峴。巡使與都事通判。設幕以待。入坐乍話。又把數杯。今日三處所飮還秋露。將二十餘觥。歷胡墳過赤峴。曁斧山峴。抵斧山撥。酒氣漸昇。神氣頗昏。初更。歷水村坪。到順安縣。館于安定館。主倅沈之淹出候。成川府使李志安有病。只吏民出待。是日行五十五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