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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평양성

上 甲戌 五月 二十二日 乙未

朝天記

上 甲戌 五月 二十二日 乙未

우리들은 조금 쉬었다가 정오가 미처 못되어서 평양으로 향하였는데, 장림(長林)이 좌우를 끼고 덮고 가려서 하늘을 찌를 듯하였으니, 그 사이를 걸어가자니 서늘하기가 마치 얼음이나 눈 위를 걷는 것 같아서 땀을 닦는 괴로움을 아주 잊게 하였다. 때마침 맑은 물결 한 줄기가 있어 숲 밖으로 희미하게 보였으니, 곧 대동강(大同江)이었다. 숲이 다하고 길이 끝나서 강변에 이르러 바라보니, 큰 강이 동쪽에서부터 내려와서 급한 물줄기가 성(城)을 삼키려는 듯이 아래로 꺾어져서는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분첩(粉堞 희게 칠한 성가퀴)이 둘러 있고 누대(樓臺)가 군데군데에 있어서, 완연히 선인(仙人)이 거처하는 듯하였으니 중국 사람이 평양을 소주(蘇州)나 항주(杭州)에 비긴 것도 그럴 듯하였다.
관찰사 이문형(李文馨) 공이 오색이 영롱하게 배를 꾸미고 기악(妓樂)을 싣고 와서 환영하였는데, 도사(都事) 이희득(李希得), 찰방(察訪) 김희필(金希弼)도 자리에 함께 했다. 배의 간판을 승벽정(乘碧亭)이라 붙이고 고운 띠풀로 덮고 금벽(金碧)으로 꾸며서 마치 화당(華堂)의 위에 있는 것 같았으나, 오늘은 날씨가 매우 덥고 파리와 모기가 날뛰어서 매우 참기 어려웠다. 강호(江湖)의 흥취는 오직 그윽하고 고요한 물가에 있는 것인데, 만약 땀기가 배어들거나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면 무엇 때문에 강호(江湖)에서 취하겠는가?
옛날 내가 이 부(府)에 있을 때에는, 흥취가 일어나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조그만 배에 술 한 병 싣고 물가를 방랑하면서 아침저녁에 비바람이나 눈 위에 비치는 뭇 흥취에 만족스럽지 않음이 없었는데, 지금을 옛날에 비한다면 빙옥(氷玉)과 분토(糞土)처럼 다를 뿐이겠는가? 술자리가 파하자, 성안으로 들어가서 연광정(練光亭)위치에 올랐다. 연광정은 성두(城頭)를 누르고 있고 그 밑바닥에는 바위가 거센 여울을 막고 있으니, 부인(府人)이 이를 덕으로 삼고 이름하기를 덕암(德巖)이라 하였다. 연광정은 예전에 재상 이계맹(李繼孟)이 지었는데, 처음에는 띠[茅]로만 덮었을 뿐이더니 그 뒤에 홍신(洪愼)과 홍연(洪淵) 부자가 서로 이어서 서윤(庶尹)이 되자, 거듭 꾸미고 다듬어서 우뚝이 하나의 훌륭한 정자가 되었다. 정자 경승(景勝)은 밤중이 가장 좋은데, 시험삼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자의 삼면은 창창히 모두 물이고 파도 빛은 하늘과 더불어 하나가 되었으니, 멀리서 보면 비단 필이 광막한 들을 가로지른 것 같고, 굽어살펴 보면, 공명(空明)하고 허정(虛淨)하여 보아도 보이지 않고, 처음과 끝을 알 길이 없다. 그 위에 있는 것은 아득히 허공에 우뚝 솟아 있어서 정자가 정자인지 물이 물인지를 알지 못하여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음이 있었다.”
도사(都事)는 나와 임신년 동방이었다. 굳이 나에게 술을 권하매, 나는 굳이 사양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는데 술맛은 극히 좋고 독하였다. 저녁에는 풍월루(風月樓) 동쪽 방에 우거하였는데, 부인(府人)들이 다투어 나를 보러 와서 나의 길의 고생됨을 위로하였으므로 나의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다. 번천(樊川)의 이른바,
천 년 만에 돌아온 학도 오히려 한이 있거늘 / 千年鶴歸猶有限
일 년이나 머문 사람 어찌 정이 없으랴 / 一年人住豈無情
라는 말은 진실로 증험이 될 만한 것이다.
밤에는 영변 판관(寧邊判官) 유영립 입지(柳永立立之)가 서울로부터 신임지로 부임하려고 성안에 투숙하였다고 하므로 만나 보기를 청하였는데, 유입지는 도사(都事)가 만류하였기 때문에 오지를 못하였다.
余等小歇。日未亭午。向平壤。長林夾左右而晻翳參天。行其間者凜若氷雪。頓忘揮汗之苦。時有淸波一帶隱見於林外者。卽大同江也。林盡路窮。達于江邊。望見大江自東而來。奔流觸城下。折而西去。粉堞逶迤。樓臺錯落。宛若仙居。華人擬平壤於蘇杭者。其殆庶乎。觀察使李公文馨具綵舟載妓樂而來迓。都事李希得,察訪金希弼俱在坐。舟之牓曰乘碧亭。覆以軟茅。飭以金碧。如在華堂之上。但是日天時甚熱。蠅蚋亂撲。殆不可堪。江湖之興。只在於幽閑寂寞之濱。若汗氣蒸透。喧聲鬧擾。則何取於江湖乎。昔余在此府。有興則隨意所適。輕舟一壺。放浪於洲渚。昏朝風雨雪月之趣。莫不飽諳。以今日而比昔時。則奚啻氷玉之於糞土哉。設酌訖。入城登練光亭。亭壓城頭。其底有巖。能捍狂潦。府人德之。遂名曰德巖。亭舊爲李相繼孟所創。始則茅茨而已。其後洪愼,洪淵父子相繼爲庶尹。重加賁飭。屹然爲一傑。觀亭之勝。最在夜中。試言之。則亭三面蒼蒼然皆水。波光與天爲一。遠觀則如匹練交橫於曠莫之野。俯而察之則空明虛淨。就視而不見。莫知端倪。在其上者。窅然如凌虛獨立。不知亭爲亭而水爲水。有不可以言語形容者也。都事。余壬申同年也。苦勸余酒。余固辭不得。酒味極烈而有灰。夕寓風月樓東房。府人輩爭來謁余。慰余道途之困。余之心若歸故鄕焉。樊川所謂千歲鶴歸猶有恨。一年人住豈無情之語。良可徵也。夜聞寧邊柳判官永立立之自京赴新任。投宿于城內云。請與相見。立之爲都事所挽不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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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甲戌 五月 二十二日 乙未 자료번호 : ispy.d_0005_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