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국과 베트남의 국교수립

중국대륙과 베트남은 1,400㎞에 달하는 국경선을 지니고 있는 지리적 조건으로 인하여 고대로부터 상호 인구 이동이 빈번했다. 특히 1930년대 후반 일본군이 중국대륙에 진출하면서 이를 피해 베트남으로 피신하는 중국인이 많이 생겨났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일본군 무장 해제를 위하여 18만명이나 되는 중국의 군대가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에 일시 진주하기도 했다. 이때 베트남에 형성되어 있던 중국인 화교사회는 중국 군대에게 식량과 탄약 또는 의약품 등을 제공했다. 남부 베트남에 거주하는 화교 가운데는 중화민국의 정치노선에 따라 베트남의 보수적인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미 1936년부터 사이공과 하노이에는 화교 보호를 위한 중화민국 영사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이공을 수도로 하는 정권으로서 1949년에 수립된 베트남국이나 제네바 협정에 의한 남북 분단 이후 국가명이 변경된 베트남공화국은 보수적인 정권의 성격상 프랑스와 미국에 의존하면서 중화민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타이완의 중화민국 정부는 1955년 10월 베트남공화국을 승인하고 사이공에 공사관을 설치했으며 이어 1958년 7월에는 공사관을 대사관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양국의 보수적인 정권 사이에는 이렇다 할 실질적인 외교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1975년 베트남공화국의 구엔반 티우(Nguyen Van Thieu) 대통령은 내전에서 베트남민주공화국에 패하자사이공을 탈출하여 타이완으로 망명했다. 그러나 과거 그가 베트남민주공화국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맺으려고 시도했던 일이 있기도 하여 중화민국으로부터 냉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중국과 베트남에서 개혁적 성향을 가진 세력은 내전과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국가 건설과 함께 긴밀한 외교관계로 이어나갔다. 1945년 9월 호치민을 지도자로 하는 베트민(Viet Minh)이 하노이를 수도로 하여 베트남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러나 곧이어 프랑스가 다시 식민지 정책을 추구하자 베트남민주공화국은 1946년부터 독립전쟁에 돌입했다. 이때 베트남민주공화국은 중국 국민당 정부에 쫓겨 남하해 온 공산당 유격대와 공동 투쟁을 전개했다. 베트남민주공화국은 중국공산당 유격대에게 물자를 지원하는 대신 이들로부터 이념과 전술을 전수받았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어 중국대륙을 평정하게 되자1950년 1월에 베트남민주공화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그 후 약 30년간 중국은 200억 달러 이상의 원조와 2만 명의 고문단 그리고 30만 명 이상의 군인을 파견하여 베트남을 지원했다. 중국의 지원은 베트남에게 있어서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화인민공화국에 우호적이었던 캄보디아의 폴포트(Pol Pot) 정권을 통일베트남이 붕괴시킨 것을 둘러싸고 1979년 2월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10년간 양국은 사실상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1989년 1월 양국의 외교 당국자들이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1991년 11월 양국이 영토문제에 관한 평화적 해결을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외교관계가 정상화되었다. 2004년에는 양국의 수상이 상대국을 상호 방문하면서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가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남사제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하여 이따금 경비선이 상대방 어선에 대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양국사이에 작은 충돌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원만한 외교관계가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