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베트남과 일본 사이의 전후처리

일본군은 일찍이 1940년 8월에 베트남 북부에 진주하기 시작했고 1941년7월에는 베트남 남부에까지 들어갔다. 그 후 베트남에서 프랑스 비시(Vichy)정부를 추종하는 식민지 당국과 일본군이 공존하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1945년 3월에 뒤늦게 일본군이 식민지 당국을 접수하여 바오다이 친일 정권을 앞세워 패전 때까지 실질적으로 베트남을 지배했다. 그러나 이때 일본은 이미 태평양전쟁에서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던 시기로 베트남의 치안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 상태였다. 여기에다가 1945년에 들어 베트남에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쌀 작황이 나쁜데다가 미군 공습에 의한 수송기관 차단으로 식량 수송이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베트남 북부에서는 식량 부족사태가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군과 현지주민 사이에 식량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일본군 지배 하에서 굶어죽은 주민이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5년 9월 하노이에서 발표한 베트남민주공화국 독립선언 가운데 호치민(Ho Chi Minh)주석은 베트남 인민들이 파시스트 일본과 제국주의 프랑스로부터 이중의 지배를 받아 종래보다 훨씬 고통을 받고 비참해졌다고 하며 일본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1944년 말부터 1945년 초에 거쳐서 북부 베트남에서 200만 명이 넘은 베트남 주민이 굶어죽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공화국 수립을 전후하여 베트남에서 일본 군인이나 민간인에 대한 보복행위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 후 8년이 지난 1959년에 강화조약 제14조에 따라 일본과 베트남 사이에 개별적인 배상액 교섭이 이루어졌다. 이때 베트남은 북부에는 호치민 주석을 수반으로 하는 베트남민주공화국이 설립되어 있었고 남부에는 고 딘 디엠(Ngo Dinh Diem)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베트남공화국이 설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였던 까닭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부 베트남만이 일본과 국교를 맺고 있었고 교섭 대상이 되었다.
1959년 5월에 체결된 양국간의 배상협정 제1조는 일본이 배상액으로 140억4천만 엔으로 환산되는 3천 9백만 달러 상당의 생산물과 서비스를 협정발표부터 5년간에 걸쳐 베트남에 제공하기로 명시했다. 또한 배상협정과 동시에 체결된 차관협정 제1조에는 일본이 차관으로 27억 엔으로 환산되는 7백5십만 달러 상당의 생산물과 서비스를 협정 발표 직후부터 3년간에 걸쳐 베트남에 제공하기로 규정되었다.^{주 973}

각주 973)

1964년 1월 일본외무성은 5년간에 걸쳐 조약상의 배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북부 베트남민주공화국은 1957년 8월 남부에서 일본과의 배상액교섭을 위한 준비 소식이 전해지자 대일 배상 청구권 보류를 선언했다. 1973년9월 일본이 베트남민주공화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1975년 4월 베트남이 통일되자 일본은 경제발전을 위한 증여라는 형태로 통일 베트남 정부에 대한 전후처리 보완을 시도했다. 1975년에 일본은 베트남에 대해 85억 엔 상당의 무상원조를 제공했으며 1976년에도 50억 엔 상당의 무상원조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