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와미 은광산 개발과 일본은의 탄생

일본 광업사에서 은광이 획기적으로 개발된 것은 1526년 하카다[博多] 상인 카미야 쥬테이[神屋壽禎]가 이즈모[出雲] 사기우라[鷺浦]의 동광산주 미시마 세이자에몬[三島淸左衛門]와 공동으로 이와미[石見] 은광산을 개발하면서 부터다.^{주 443}

각주 443)

小葉田涥(1968), 『日本鑛山史の硏究』, 東京 : 岩波書店, 108~111쪽.

이와미 은광산에서 얻은 은광석은 하카다를 거쳐 조선에 운반되어 제련, 정련하였지만, 수송비와 효율성 때문에 현지에서 작업하는 것이 유리하였다. 현지에 불러들인 하카다의 종단(宗丹)·계수(桂壽) 2명의 기술자에 의해 1533년 회취법이 전래되었다.^{주 444}

각주 444)

村上隆(2007), 『金·銀·銅の日本史』(岩波新書 1085), 東京 : 岩波書店, 116쪽 ; 上田信(2005), 198쪽에서는 宗丹·桂壽를 조선인, 東野治之(1997), 『貨幣の日本史』, 東京 : 朝日新聞社, 133쪽에서는 明人이라고 하였다. 단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양자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확인할 수 없다.

카미야가 이 두 기술자와 함께, 회취법을 이용하여 은 제련에 성공하였다. 이로 인해 이와미 은광산은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오우치[大內]·오가사와라[小笠原]·아마고[尼子]·모리[毛利] 등 다이묘[大名]들의 쟁탈대상이 되었다.^{주 445}

각주 445)

佐佐木正勇(1984), 「16~19世紀における非金屬製鍊技術の導入と傳來-灰吹法と南蠻吹法-」 『日本文化の原点の綜合的探究』, 4, 일본대 종합과학연구소, 40~41쪽.

회취법은 효고[兵庫]현의 이쿠노[生野], 사도[佐渡]의 츠루코[鶴子] 은광산 등 각 지역의 광산에 확산되어 각각 비약적인 증산을 가져왔다.^{주 446}

각주 446)

村上隆(2007), 117쪽 ; 水本邦彦(2008), 284~285쪽.

2000년 11월, 이와미 은광산의 은을 정련한 후 찌꺼기를 버리는 곳에서 은색과 녹색의 낱알 모양을 한 금속이 발견되었다. 무게는 5.95㎏정도였다. X선을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80%에 가까운 은을 함유하며, 표면에서는 연(鉛), 구리, 철 등이 검출되고, 이면에서는 은 정련에 사용된 재 성분의 칼슘이 부착되어 있었다.^{주 447}

각주 447)

上田信(2005), 198쪽.

이와미 은광산의 발견과 회취법의 도입을 경계로 하여, 일본에서 은 산출량은 크게 증대하였다. 종전까지 은을 수입하고 있던 일본은 이제 은 수출국으로 바뀌었다. 조선에서 회취법이 전래되었지만, 이 기술의 도입으로 광산개발에 성공한 것은 일본이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은 수출국으로 상승하고, 조선은 은 수입국으로 전락하였다. 1540년대가 되면 일본은이 조선에 수입 유포되어, 서울의 시전(詩傳)에 가득 차고,^{주 448}

각주 448)

『중종실록』, 중종 35년(1540) 7월 25일.

일본에서 은을 만든 것이 채 10년이 못되었는데 조선에 많이 유포되어 이미 천한 물건이 되었다^{주 449}

각주 449)

『중종실록』, 중종 37년(1542) 윤5월 21일. 「倭國造銀 未及十年 流布我國 已爲賤物」.

라고 할 정도였다.
이와미 은광산 개발은 ‘은의 왕국’ 일본 탄생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일본은 이세계사와 만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주 450}

각주 450)

水本邦彦(2008), 282쪽.

16세기 동아시아 교역망은 ‘회취은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