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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역사

맺음말

Ⅶ. 맺음말

책봉과 조공이라는 외교형식은 중화적 세계관의 산물로서, 중국 내부의 정치 질서였지만, 중국의 황제가 주변국가의 군장(君長)에게 특정한 관작(官爵)과 물품을 사여함으로써 그의 지위를 공인하여 신속시키는 외교형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므로 책봉과 조공은 중외(中外) 관계의 한 유형이며, 중국적 세계질서를 규정하는 양식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지만 책봉·조공관계의 성격은 각 시기마다 상이한 모습을 띠었으며, 책봉·조공관계의 실상이 본래 그것이 내포하였던 이상적 관념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남북조시대에 중국세력이 분열되어 주변 국가에 대한 규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책봉·조공이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와 중국의 왕조가 맺는 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봉·조공관계가 단순히 형식적 의미만 지닌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주변 국가의 군왕이 조공·책봉관계를 자국 내에서 권위를 높이는 장치로 활용하거나, 혹은 책봉 관계가 국제무대에서 각 국가의 위상을 드러내는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책봉국인 중국의 제왕조의 입장에서는 책봉·조공을 통하여 특정 국가와의 교섭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전반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삼국이 중국의 제왕조와 맺고 있는 책봉·조공관계가 당시에 하나의 외교형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책봉·조공에 대한 책봉국과 피책봉국의 인식이 동일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책봉·조공관계가 단지 외교형식으로 그치고 그것이 실질적인 신속관계를 보장하지 않는 데에는 물론 현실에서 각 국가간의 역관계에 기인한다. 나아가 책봉·조공이란 형식에 대해서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른 내용 규정과 차별성이 있을 경우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 의해 책봉·조공관계를 유지하는 양국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아가서는 남북조시기에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서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 시기의 독특한 책봉·조공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여기서 남북조 시대에 책봉체제와 조공체제를 당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기본 체제로 파악하기 곤란함을 알 수 있다. 즉 책봉·조공은 그것이 갖는 보편적인 형식에도 불구하고 각 국가별로 맺고 있는 내용성이 너무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국가별 책봉·조공관계의 특징을 파악한 뒤에야, 남북조기에 책봉·조공이 갖는 보편적 성격이 이해될 수 있으리라 본다.
책봉과 조공은 관념상으로는 하나의 체계이며, 동전의 양면 같은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기존에 ‘책봉’이나 ‘조공’의 어느 한 개념을 중심으로 이 시기 국가간 교섭을 이해하는 설명틀을 비판하고 ‘책봉·조공체제’로 인식하자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남북조시기에 책봉이 현실적인 규제력이나 신속관계를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책봉 이후 전개되는 지속적인 조공관계는 비록 이념적 배경에서는 책봉과 표리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조공’ 그 자체의 독자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는 유교가 국가와 사회의 기본이념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유교적 세계질서를 규정하는 천자와 제후(諸侯), 종주국(宗主國)과 번국(蕃國), 중화(中華)와 이적(夷狄), 책봉과 조공 등은 오늘날 말하는 민족의 자주의식이랄까 주체사상보다 상위 개념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당관계에 관한 한, 신라인들은 주체의식으로 무장한 투쟁보다 당을 중심으로 한 중국적 세계질서에 충실히 순응하였다. 다시 말하면 전근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유교적 예는 오늘날 말하는 자주와 주체의 개념보다 가치 있는 이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신라와 당은 조공과 책봉을 자연스럽게 행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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