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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국가의 형성

 
 

Ⅴ. 고대국가의 형성

 

본고에서는 일단 초기국가우리역사넷와 고대국가RISS를 구분하기로 서론에서 밝혔다. 고대국가는 초기국가 단계에서 신정의 성격이 줄어들고, 영토의 확대 및 지배시스템의 확립 과정이 확인되는 단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고대국가는 중국의 경우 춘추전국시대위키백과 즉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에 걸쳐 장기간에 걸쳐 점차적으로 형성되어 갔다.
춘추시대에 들어오면서 초기국가의 모습에 현격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첫째 변화는 군주의 주술적 권위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변화는 돌연히 출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식의 성장 결과였다. 먼저 전통적인 서주위키백과 봉건질서의 동요는 규범의 근원이자 보증자인 천(天)RISSRISS을 비롯해 여러 신들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전통에 의해서 보장되었던 개인의 신분과 지위는 개인의 능동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획득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성공적인 결실을 효과적으로 모색하면서, 모든 사물에 내재한 원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탐색되었다. 한편 이 시기 수공업이 발전하면서 사물의 속성과 원리에 대한 인간의 주체적 탐색을 자극했다. 그 결과 춘추시대 이후 성행한 제자백가 사상에서는 합리주의, 인간중심주의가 크게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논어』 술이편(述而篇)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의 구절이 흔히 지적되지만, 인간에 의한 자연의 적극적인 이해와 정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순자(荀子)』의 천론편(天論篇)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이다. 여기서 순자위키백과는 ‘천’이 그 자체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자연현상에 불과하며, 따라서 ‘천’이 인간사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주021]
각주 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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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1989), 「제자의 학과 사상의 이해」 『강좌 중국사』 1, 지식산업사.

또 지속적으로 분족(分族)이 이루어지면서 혈연적 유대도 약화되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말미암아 조상신에 대한 사제자로서 주술적 권위에 의존해 왔던 군주의 권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변화는 씨족위키백과제 질서가 붕괴되며 영역국가로 발전해 갔다는 점이다. 서주시대 봉건은 곧 개별 제후위키백과와 그 씨족에게 일정 지역을 일임하는 방식이었다. 춘추기에 들어와 주왕이 통제력을 상실함에 따라 그에 대신해서 나타난 질서유지 형태가 패자를 구심점으로 하는 회맹 질서였지만, 아직까지는 ‘존망계절(存亡繼絶)’을 명분으로 기존의 열국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패자가 소국(小國)을 멸망시켰을 경우에도 소국의 종묘사직과 씨족적 질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복속시켰다. 그러나 이는 잠정적이고 과도기적인 질서유지 방식에 불과했다. 춘추 중기를 전후하여 진(晉)위키백과·진(秦)위키백과·초(楚)위키백과 등 주변 강대국은 종래의 회맹적 지배방식에서 탈피, 소국을 멸하고 나서 이를 현(縣)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멸국치현(滅國置縣)의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 때 설치된 현은 비록 분권적 열국봉건체제의 부정이라고 하겠지만 전국 이후 확립된 군주에 의한 직접 지배방식으로서의 군현제위키백과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와 곧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이들 현은 유력세족의 일족 자제에게 분여되어 사령화(私領化)됨으로써 세족의 중요기반이 되는 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복지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지배를 확보하기 위해 정복지 내부에 존재해 온 옛 씨족 질서를 파괴했던 것은 분명하다. 강대국은 우선 피정복국의 씨족적 질서를 상징하는 종묘사직을 파괴하고 종기(宗器)를 몰수했으며 저항의 근원을 이루는 지배씨족을 처형하거나 강제 이주시키기도 했다. [주022]
각주 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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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1989), 「춘추전국시대의 국가와 사회」 『강좌 중국사』 1, 지식산업사.RISS


씨족 질서의 파괴는 멸국 과정에서 이루어진 지배씨족의 파괴에 그치지 않고 읍공동체의 내부에서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공동체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초세무(初稅畝)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정책이다. 이는 공동체의 집단 경작 방식 대신에 농지 면적 당 실물조세를 거두어들였던 정책이다. 물론 이 정책의 시작이 곧 읍공동체의 전반적 파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또 중원의 대부분 지역에서 이러한 조치가 실시되었다고도 볼 수 없으나 씨족 질서가 지배적이었던 사회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지배 씨족의 해체는 여러 하위 씨족의 증가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주시대 이래 지배층은 국(國)이라고 부른 성곽도시 내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주변의 읍과 농촌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이 국이 갖는 지배층의 씨족적 질서는 ‘성(姓)’위키백과이라는 글자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점차 국이 멸망하고 그 대신 현이 설치되면서 점차 하층의 종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씨(氏)’가 사용되었다. 춘추시대에는 이런 ‘씨’가 크게 증가했다. ‘씨’를 사용하는 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곧 지배 씨족이 주를 이루는 전통적 사회질서가 다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의 구성원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종래 혈연원리로는 그 질서를 유지하기가 곤란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생겨난 것이 출신을 달리하는 집단성원이 광범위하게 참가하는 맹서(盟誓)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서성 후마(侯馬) 지도 에서 발견된 기원전 5세기 초반의 후마맹서(侯馬盟誓)허우마市인데, 이 맹서는 석판과 옥기에 붉은 글씨로 쓰여졌는데, 조씨(趙氏)의 종주에게 충성을 맹서하는 내용이다. 그 참가자는 대부분이 조씨 집단이지만 별도의 ‘씨’도 포함되어 있다. 즉 여러 출신들을 결합하는 원리로 맹서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서주시기 이래의 지배씨족의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주023]
각주 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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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勢隆郞(2003), 「春秋の社會·經濟」, 松丸道雄 等著, 『中國史』 1, 山川出版社.


세 번째 변화는 기존의 씨족제 질서 대신 군주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 및 지방행정제도가 실시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춘추 중후기에 현이 설치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전국시대 군주는 군주권의 강화와 효율적 관료제도의 시행을 위해 본격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소위 변법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개혁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일원적 법치질서를 전 통치지역에 새로이 관철시키려는 시도였다. 당시 7개국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나 지리적 환경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이들의 개혁은 구체적으로 일정한 차이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귀족들의 세력이 군주권과 어느 정도 길항관계에 있었는지는 개혁의 방법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 그러나 7개국이 지향한 개혁의 목적은 다를 바가 없었다. 현재로선 진(秦)의 상앙(商鞅)위키백과 변법 관련기록이 가장 자세히 남아있고, 또 그 개혁의 결과가 진시황 시대의 법률로서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상앙변법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의 제1차 개혁은 공동체적 연대성의 파괴를 목적으로 했고, 그의 후속조치로서의 제 2차 변법은 중앙집권체제 확립을 지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 남아있는 구전통(舊傳統)을 파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언 설명이 필요하다. 즉 여기서 구전통이란 씨족 혈연질서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의 질곡을 말한다. 예컨대 업(鄴)위키백과 지도 이라는 곳의 현령으로 부임했던 서문표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라는 자가 그곳에서 하백(河伯) 신앙을 중심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며 국가지배를 방해하고 있었던 읍공동체적 전통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자 했던 일화는 국가의 개혁방향을 잘 보여준다. 다만 개혁을 통해 제거하려고 했던 공동체는 이렇게 국가지배를 방해하는 것이었지, 대가족과 같은 가족조직 모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상앙의 제1차 변법에는 ‘성년 남자 2인이 분이(分異)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하지 않으면 부(賦)를 두 배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두고 많은 학자들이 대가족을 해체하고 소가족을 창출하려는 강제적 규정으로 이해하였고, 이것이 정설처럼 일반 교재에도 그대로 기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전국시대에 변법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서 수전(授田)제도가 실시되었다는 점을 참조하지 않은 중대한 오류이다. 일찍이 국내 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대로 이 규정은‘성년 남자 2인이 분이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각각 그 수에 맞도록 두 배로 수전을 하고 그 반대급부로 수전에 해당하는 세금을 거둔다’고 읽어야 한다. [주024]
각주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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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1984), 『中國古代帝國成立史硏究』, 일조각.RISS

이러한 해석은 그 뒤 상앙변법의 결과물인 진의 법률, 그리고 그것을 계승한 한초의 법률에 의해 증명되었다. 즉 이들 법률에서는 대가족을 해체하기는커녕 오히려 국가권력이 기층 단위로 침투해가는 주요한 매개로 대가족에 주목하고 이를 보호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제민(齊民)을 창출하기 위해 수전제를 실시하고 그 제도를 모든 노동력 소지자에게 적용하였던 것이 주된 내용이며, 대가족을 보호하여 이러한 편호제민지배가 수월하게 시행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그밖에 군공작의 실시, 도량형의 통일, 집주(集住)의 실시 등이 함께 시행되었다.
상앙변법 이후에도 진은 지속적으로 군주권의 확립을 위한 제도정비를 진행해 나갔다. 운몽수호지(雲夢睡虎地)바이두 지도 에서 출토된 진의 율령과 장가산(張家山) 지도 에서 출토된 한초RISS의 율령의 내용을 보면, 제민을 호적에 등록시키고 이들에게 수전을 실시하여 제민을 창출한 뒤 이들에게 생산과 조세, 그리고 요역 및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지배체계를 치밀하게 구축했다. 아울러 이들을 폐쇄적 공간인 리(里)와 상호 감시조직인 십오(什伍)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 조직 속에 편제하였으며, 상벌체계를 통해 국가에 대한 충성과 희생을 강요하였다.
한편 군주의 전제권력을 장악했다는 것은 곧 내부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종족의 혈연질서를 파괴하고 배타적인 지배질서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군주권은 국가권력과는 구분된다. 국가권력이 공(公)을 의미한다면, 군주권은 공적인 측면 외에 군주 자신의 사(私)를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주025]
각주 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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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1993), 「중국고대 황제권의 성격」 『동아사상의 왕권』, 지식산업사.RISS

따라서 군주의 전제권력을 가능하게 한 경제적 기초는 국가권력의 경제적 기초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즉 국가권력의 경제적 기초는 피지배층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세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군주는 자신의 사(私)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권력과는 별도로 경제적 기초를 확보해야 했는데, 산림수택(山林藪澤)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이 대표적인 군주권의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염철론(鹽鐵論)』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RISSRISS에 “월(越)나라의 구구(具區), 초(楚)나라의 운몽(雲夢), 제(齊)나라의 거야(鋸野), 송(宋)나라의 맹제(孟諸)와 같은 산림수택이 국가가 성립될 수 있는 근본적인 부의 원천이며, 패왕의 밑천이기도 하다. 군주가 이를 손에 얻으면 강대해지지만, 이를 얻는데 실패하면 멸망한다. 제나라에서는 이 중요한 산림수택을 방기했기 때문에 이를 손에 얻은 전씨(田氏)가 강대해져 결국 제나라 공실을 멸망시키기에 이르렀다.”라고 지적한 데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한대의 재정수입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즉 한대의 재정(財政) 수입은 국가재정과 황실재정으로 나뉘고, 국가재정은 군현으로부터 징수된 전지(田地)의 조세와 인두세였던 것에 반해 황실재정은 산림수택에 대한 세금, 그리고 원유(苑囿)와 공전(公田)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수입으로 충당되었다.

 

주 021
이성규(1989), 「제자의 학과 사상의 이해」 『강좌 중국사』 1, 지식산업사.
주 022
이성규(1989), 「춘추전국시대의 국가와 사회」 『강좌 중국사』 1, 지식산업사.RISS
주 023
平勢隆郞(2003), 「春秋の社會·經濟」, 松丸道雄 等著, 『中國史』 1, 山川出版社.
주 024
이성규(1984), 『中國古代帝國成立史硏究』, 일조각.RISS
주 025
이성규(1993), 「중국고대 황제권의 성격」 『동아사상의 왕권』, 지식산업사.R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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