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역문화권의 구분

동아시아지역을 문화권으로 구분함에 자연적인 지세가 그 구분의 경계가 되겠지만, 한편 문화 자체를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는 다양한 하위문화와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다. 무엇보다도 문화는 시간적 변천에 따라 각기 점유하는 공간에 변화가 있으므로 어떠한 시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문화권의 구분이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대체로 동아시아의 문명과 초기국가의 형성 단계에 적용되는 문화권 구분은 신석기시대에 농경, 목축, 수렵 등의 생업경제가 수용되는 방식에 따른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국가형성기 전후의 청동기시대에 있어서는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유적유물갖춤새와 생업경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역별로 이루어지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석기시대의 초기 농경 단계에 중국 장강유역 화중지역은 도작농경, 중국 황하유역 화북지역은 조·기장 농경이 경영되는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양 지역은 동아시아 전체로 보면 동일한 농경문화권으로 규정할 수 있다. 토기로 보면 삼족이 달린 정(鼎)과 역(鬲)이 기본을 이루며, 청동기 또한 이들 토기를 본 딴 용기가 공통적으로 제작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농경문화권 이북의 이른바 내몽고 장성지역은 고위도 북방초원 유목지역과 별도로 구분할 수 있다. 북방 초원지대를 무대로 하는 북방문화권역은 원래 북위 40도에서 60도에 걸쳐 유럽동부에서부터 알타이산맥을 지나 동쪽으로 대흥안령 산맥을 이르는 지역에 걸친 유목문화권을 가리킨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 한정할 경우 중원문명권과 관련하여 몽골과 내몽고, 연산(燕山) 산맥 이북 지역을 지리적 공간으로 한다. 이 지역은 신석기시대에 초기농경과 함께 유목경제가 발달한 지역으로, 토기를 보면 삼족기와 함께 평저의 토기가 제작보급되며, 청동기로는 북방계의 이른바 카라스크계 청동무기와 스키타이계 동물형 장식이 성행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한편 대흥안령(大興安嶺) 이동의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 일본열도 또한 신석기시대에 일부 농경이 이루어지나, 수렵채집 위주의 생업경제가 영위되었다. 청동기시대에 이 지역에서 중국 화북지역처럼 전작과 도작농경이 시행되고 있어, 유목이 성행하는 북방지역과 구분된다 하겠다. 토기 또한 중원지역의 삼족기(三足器)가 적고 평저 심발형토기가 널리 성행하며, 청동기는 무기와 공구 위주로서 북방지역의 동물형장식, 중원지역의 청동제기가 거의 보급되지 않는 지역적 특징을 보여준다. 편의상 이글에서는 동방문화권이라고 이름한다(그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