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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3) 성격

 

바이체체케이 암각화 유적군은 각 유적지 별로 제재, 주제 그리고 양식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동물 토템과 가축 그리고 의례 등에 관한 유목민들의 믿음과 세계관 등이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다. 동물 토템은 주대종소(主大從小)의 화면 구성을 통해서 살필 수 있다. 수크 데베의 성소에는 산양이 다른 형상들에 비해 열 배 이상 크게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 각지의 암각화를 비롯한 선사 미술 가운데는 토템 등 중요한 형상이 크게 그려져 있다. 또 각종 종교미술에서도 신상 등 중심 주제는 크게 그린다. 따라서 산양은 이 지역 제작 집단의 토템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암각화를 통해서 산양은 제작 집단의 중요한 생활원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산양이 형상의 개체 수에서 다른 동물을 압도하고 있고 또 각종 기하학적인 도형과 탐가 등과 함께 구성되어 있으며, 그와 더불어 울타리나 가축우리로 보이는 타원형 또는 사각형 등과 함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상의 개체 수가 많다는 것은 곧 관심이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그라미나 탐가 등은 이 동물의 신성성과 더불어 소유 등을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울타리 등은 식량원의 항구적인 확보에 관한 염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례 장면(수크 데베)

또한 모자를 쓰고 손을 길게 과장한 사람, 손가락이나 손발가락을 모두 크게 과장한 사람 등도 확인되고 있다. 이렇듯 신체 중 특정 부위가 크거나 특이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로 보는데, 다수의 연구자는 그와 같은 형상을 샤먼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수크 데베 유적지에서는 산양 등 동물을 두고 두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손으로 관심을 나타내거나, 두 사람이 쌍을 이루어 춤을 추며 기도를 하는 등 의례를 거행하는 장면이 다수 확인되었다.
그 밖에도 이 유적군에서는 마차와 바퀴 등이 확인되었으며, 낙타를 타고 있는 모습이나 소를 사냥하는 모습 등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확인되었다. 또한 초식동물을 공격하는 맹수 등도 화면 속에 같이 구성되어 있다. 그에 더하여 몇몇 산양 형상은 꼬리를 지나치게 길게 그리거나 끝을 둥글게 말아 올리는 등 과장을 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형상들은 그것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였든 간에 수렵 및 유목민들의 사유의 일단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청동거울 속 동물형상(아르장-마이에미르 양식)

칠리 사이 유적을 제외한 아라방 사이 유적군은 소위 ‘다방 말’이 중심 제재이자 주제고 또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말은 개체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두 개의 귀에 긴 목, 발달한 앞가슴과 홀쭉한 배 그리고 긴 다리에 가늘고 짧은 꼬리를 하고 있다. 이들이 동일한 유적지 또는 동일한 암면에 스키타이 시베리아 동물 양식으로 그려진 멧돼지나 사슴 등과 같이 구성된 점이나 발달한 가슴과 홀쭉한 배 그리고 다리 등 몸통의 기본적인 구조를 놓고 볼 때, 그동안 주장되어 오던 다방 문화기 제작설은 분명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형상은 오히려 ‘아르자노-마이에미르’ 양식과 같이 스키타이 시베리아 동물 양식의 지방 변형으로 보는 것이 바르다.
한편, 칠리 사이 암각화는 얼굴-마스크가 중심 제재이자 주제며, 그에 곁들여 산양 등 동물 형상이 덧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서 얼굴 마스크는 아무르 강변의 사카치 알랸이나 중국 인산[陰山]산맥이나 내몽골 지역 등지의 얼굴-마스크 그리고 투바나 아바칸 등 남부 시베리아의 리치나-마스크 등과 기본적으로 같은 유형이다. 따라서 이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림의 보존 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시급한 정밀 조사가 요구되는 유적이다.
리티나 마스크(비치그티크 하야, 투바)
기호(해와 달, 사이말르이 타쉬)
기도하는 사람(사이말르이 타쉬)

앞의 두 유적군과 비교할 때, 사이말르이 타쉬 암각화 유적군은 제재, 주제 그리고 양식 등이 보다 다채롭다. 이 암각화 유적군의 중심적인 주제는 의례며, 각각의 암면에 그려진 형상들은 그 의례를 구성하는 몇몇 장면 가운데 하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신상, 태양 숭배, 해와 달의 상징 기호, 다양한 모습의 샤먼, 춤을 추거나 기도를 하는 사람, 밭갈이, 개인 또는 집단적인 성교 장면이나 수간, 뿔이 과장되게 크거나 긴 사슴이나 산양, 그 밖의 지그재그나 불규칙하고 변화가 풍부한 선들과 동물, 집, 미로 등은 모두 겉으로는 세계와 그 현상들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지만, 그것들의 총화는 디오니소스적 광란의 축제고 또 각각의 장면은 그 제의 마당의 한 부분이다.

양식적으로도 이 유적지는 다른 두 곳에 비할 때 몇 가지 상이한 그룹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몸통이 사각형인 동물, 비트레우골형, 스키타이 시베리아 동물 양식의 동물 형상, 흉노-투르크 시대의 기마상, 완전히 추상화된 동물 형상 등 다양한 양식으로 그려진 형상들을 살필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점은 이 유적지가 한 시기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지역민들의 성소 역할을 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세 곳의 암각화 유적군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바이체체케이와 사이말르이 타쉬 유적군에서는 샤먼과 의례 등이 중심적인 주제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살필 수 있다. 물론 의례의 대상은 분명히 다르지만, 의례를 거행하는 사람의 포즈, 즉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대고 춤을 추거나 기도를 하는 등에서 유사성이 살펴진다. 또한 손가락이나 발가락 그리고 팔이 크거나 길게 과장된 샤먼의 모습에서도 동질성을 엿볼 수 있었고, 신성한 동물을 크게 그리거나 뿔 또는 꼬리를 과장하여 그리는 점도 양 유적지에서 살필 수 있는 보편성이다.
그에 비한다면, 칠리 사이를 제외한 아라방 사이 유적군은 보다 다른 타입의 문화상을 배경으로 하여 제작된 암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라방 사이나 수로투 타쉬 그리고 둘둘아타 등의 말 그림들은 같은 문화기에 동일한 문화 주체들이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 유적군은 바이체체케이나 사이말르이 타쉬 등지에 비한다면, 무미건조하고 또 담백하다. 일부 연구자들이 소위 ‘다방 말’을 ‘하늘 말(nevesn'i kon)’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시급한 과제는 형상의 상징성 규명보다는 양식의 계통성과 편년 재검토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유적군의 말 형상 속에는 ‘스키타이 시베리아 세계’라는 광역의 문화권 중 오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문화의 독자성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유적지에는 아랍어 명문들이 남겨지거나 이슬람 사원이 세워진 곳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훨씬 후대에 남겨진 것들이다. 이 유적군의 소위 ‘다방 말’이 중심 제재이자 주제인 점을 놓고 볼 때, 그것들은 스키타이 시베리아 문화기에 한시적으로 제작된 지역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암각화 중의 일부 형상은 제재 및 양식 측면에서 한반도의 그것들과도 동질성을 띠고 있어서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그것은 사이말르이 타쉬나 수크 데베 등지의 기도하는 사람이나 손발가락이 과장된 사람, 사이말르이 타쉬의 발자국, 아라방 사이의 유사 동물 발자국 그리고 바퀴 등이다. 그에 더하여 태극 모양의 동그라미도 주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서도 기도하는 사람과 샤먼 형상은 유럽의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시베리아, 몽골,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대곡리 암각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역에서 관찰된다. 태극 모양의 동그라미는 몽골의 라샨하드나 카자흐스탄 그리고 한국의 천전리 암각화에서도 살필 수 있다. 발자국과 유사 동물 발자국도 몽골,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금장대와 수곡리 등지에서 살필 수 있다. 바퀴나 마차는 청동기시대부터 그려졌으며,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서도 살필 수 있는 도형이다.
유사 동물 발자국(아라방 사이)
샤먼(대곡리 암각화, 한국, 울산)
제륜신(고구려 고분벽화)

이렇듯, 키르기스스탄의 서남부 지역의 암각화는 비단 이 지역의 선사 및 고대 문화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각 지역 문화와의 상호 연관성과 이질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나아가 그것들은 한반도의 선사 및 고대 문화의 시원과 형성 과정 그리고 계통성을 밝히는 데 귀중한 도상 자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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