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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머리말

 

바위그림은 문자가 없었던 석기시대부터 최근의 인류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바위 표면에 그려 놓은 그림들을 일컫는다. 바위그림의 연구를 통해서 그 제작 집단이 살았던 시기의 자연 환경, 사냥하였거나 가축화하였던 동물, 이용하였던 각종 도구, 기념할만 한 사건, 가시적 또는 비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사유 체계,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의례 그리고 세계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바위그림 연구자들은 그림 속의 형상 하나하나를 통해서 제작 당시의 사회 상황을 재구성하고 또 각 형상들의 상징 의미와 특정 시기의 문화상을 구체적으로 복원해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바위그림 속에는 여러 시기에 걸쳐 서로 다른 제작 집단들이 저마다의 문화상들을 덧그려 놓았다. 그런 까닭에 각 바위그림 속 형상들의 선후관계를 분석해 보면, 전 시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제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또 같은 주제들이 다른 양식으로 표현된 예들을 어렵지 않게 살필 수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바위그림 연구자들은 마치 고고학자들이 지표 속의 문화층을 구분하고 또 그 속에서 발굴된 유물의 제작 시기와 문화적 속성을 판독하듯, 각각의 도상들과 그것의 양식 그리고 중첩관계 등을 밝혀서 무문자 시대의 문화상을 판독해 낸다.
이렇듯, 세계 각지의 선사 학자들은 바위그림을 비롯한 조형예술이 지닌 이와 같은 특성을 재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것의 제작 목적, 유적지의 공간적 특성, 조형 양상, 양식, 상징 의미 그리고 편년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바위그림을 주로 한 선사와 고대의 조형예술을 통하여 인류가 이룩한 시원문화의 원형과 그 속성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잇닿아 있는지에 관한 비교적 구체적인 윤곽을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그와 같은 노력의 결과, 바위그림 등 선사시대 조형예술이 특정한 지역이나 시기에 한정적으로 제작되었던 특수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범세계적인 보편성을 띠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천전리 암각화

그동안 발견된 세계 각지의 바위그림들은 바로 그러한 점들을 증명하여 준다. 스칸디나비아반도나 남부시베리아의 바위그림들은 이미 약 400년 전부터 주목을 끌기 시작하였으며, 남북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대륙 그리고 남북아메리카 대륙 등지에서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바위그림들이 잇달아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바위그림은 선사학 연구의 중심적이고 또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렇듯 세계 각지에서 바위그림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됨으로써 이제는 과거에 인류가 살았던 곳에서는 모두 바위그림이 그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른 석기시대부터 인류의 옛 조상들은 바위라는 반영구적인 매체의 표면에 당시의 이슈와 모드 등을 형상화시켜 놓았던 것이다. 바위그림은 문자도 없었고 또 고고학적 자료들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부터 청동기와 철기시대 등 역사 이전 시대의 인류와 그들의 생활 방식, 당대의 핵심적인 화두와 모드 그리고 문명화의 과정 등을 때로는 매우 구체적으로 또 때로는 매우 추상적인 방법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바위그림을 선사시대의 ‘책’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일부 연구자는 ‘바위그림학(petroglyphology)’이라는 신조어를 그들의 학술도서 가운데 당당히 쓰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곧 바위그림이 선사시대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되었으며, 그 속에 그려진 도상 자료들로도 선사시대와 그 문화의 연구가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바위그림 등 선사 미술이 없었다면, 선사시대 인류가 걸어왔던 문명사 연구는 아마도 깜깜한 어둠 속에 묻힌 채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바위그림이 지니고 있는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북아역사재단은 그동안 남부시베리아와 투바, 알타이산맥을 중심으로 한 몽골의 서북부 지역, 카자흐스탄의 동남부 지역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중동부에 이어 남부 지역에 분포하는 선사와 고대 바위그림들을 현지의 학술기관 및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왔던 것이다. 물론 우리들은 이러한 조사 연구를 통하여 일차적으로 해당 지역의 선사와 고대 문화의 세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런 다음 서로 상이한 지역의 바위그림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함으로써 주변 지역과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파악하고, 중앙아시아 선사 미술의 보편성을 추출해 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한국과 키르기스스탄국립대학교와 공동으로 조사 연구팀을 구성하고, 2011년 7월 7일부터 8월 8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서남부 오쉬와 잘랄 아바드 주 소재 10개 암각화 유적지를 조사하였다. 이 책은 조사 개요와 유적지 현황을 비롯하여 키르기스스탄 남부 지역의 자연 환경과 고대문화, 이 지역 바위그림 연구 현황 그리고 그 성격 등을 차례로 소개한 후, 현장 조사 과정에서 촬영하고 또 채록한 사진과 도면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유적지의 현장성을 높이고 또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독자들은 이를 통하여 키르기스스탄 남부 지역에서 꽃피웠던 선사와 고대 문화의 세계와 주변 지역의 상관성 등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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