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선의 침묵, 김떡빨의 비밀

박정애

이번 구술작업에 참여하면서 나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3년 전, 증언집 4집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일이 늘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었다. 그때 만난 할머니 한 분은 말이 너무 많았고, 다른 한 분은 말이 너무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최대한 부풀리려는 태도와 그것을 일축하며 입을 다물려는 태도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했고, 결국 두 분의 ‘증언’은 책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를 잘못 만나 그랬겠지. 한동안 내 ‘운나쁨’을 비관했다. 그러다 인터뷰에 ‘성공’한 다른 친구들은 나보다 더 할머니를 자주 만났고, 할머니의 침묵과 몸짓에 더 사려깊었으며, 더 성실하게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쁜 건 내 운이 아니라 내 태도였다. 내 태도 탓에 할머니들이 어렵게 되새겼던 기억은 문자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나도 그들 못지 않은 부지런함과 성실함과 사려깊음으로 이번 작업에 임하리라. 이번 기회에 지난 번 할머니들에게 빚진 마음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진해서 충청팀 팀장을 맡고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팀원 세 사람이 각각 할머니 한 분씩을 맡아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하고 보조면접자의 자격으로 또다시 한 분씩을 맡았다. 두 달 안에 적어도 할머니를 세 번 이상 만나기로 하고 할머니의 모든 기억과 몸짓과 침묵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묻기보다 듣기’는 우리의 모토였고, 너무 빨리 인터뷰가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우리는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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